美하원 역대 최고령 의원 기록 세웠던 랠프 홀, 95세로 별세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미국 연방 하원의 역대 최고령 의원이었던 랠프 홀(공화.텍사스)이 7일(현지시간) 세상을 떠났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향년 95세.
홀 전 의원의 오랜 측근인 에드 밸런타인은 그가 향리인 로크월에서 이날 아침 숨을 거뒀다고 밝혔다. 사인에 대해서는 장기적인 건강상의 문제점을 전혀 없었으며 단지 나이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17선의 관록에다 2012년 크리스마스에는 찰스 맨리 스테드먼(공화.노스캐롤라이나) 갖고 있던 최고령 기록 '89년 7개월 25일'을 갈아치웠다.
홀 전의원은 당시 이에 대해 "나는 그저 아주 곱게 살아온 늙은이일 뿐"이라면서 "아픈 데도 없고 다친 데도 없다"는 소감을 피력했다.
생전에 그의 건강에 대해서는 젊은 동료 의원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피트 세션스(공화.텍사스) 의원은 그가 매일 팔굽혀펴기를 5회씩 하고 3.2㎞를 달린다고 귀띔했었다.
그 덕분에 2012년 현충일에는 89세의 나이에도 미국 군인들을 기리는 취지에서 스카이다이빙에 나서기도 했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헬캣 전투기 조종사로 활약한 바 있다.
상원의원까지 포함하면 역대 최고령 의원은 2002년 100세의 나이로 은퇴한 스트롬 서먼드(공화. 사우스캐롤라이나)이었고 그 다음은 93세로 은퇴한 시어도어 프랜시스 그린(민주.로드아일랜드), 의원 재직 도중 92세로 사망한 로버트 버드(민주.웨스트버지니아)였다.
홀 전의원은 2014년 선거에서 18선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91세로 현역을 마감하고 말았다. 공화당 프라이어머리에서 나이가 그의 절반에 불과했던 신진에게 패배했기 때문이다.
그는 원래 민주당 소속으로 1980년 하원에 처음으로 등원한 뒤 12선을 기록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역구의 분위기가 우파 쪽으로 기울어가자 2004년 1월 친구였던 조지 W.부시 당시 대통령의 지원을 받아 공화당으로 당적을 바꿨다.
홀 전 의원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시절에 민주당에 몸을 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예산안 심의과정에서는 레이건의 편에 섰다. 또한 공화당으로 당적을 옮긴 이후에는 같은 텍사스주 출신의 부시 대통령 편에 크게 경도됐다.
그는 북미자유무역협정은 물론 2009년 금융위기 당시에는 구제조치와 경기부양계획에 반대표를 던졌고 2010년에는 헬스케어 개혁안을 신랄하게 비난한 바 있다.
부시 전 대통령은 홀 전 의원이 타계했다는 소식에 "그는 품위와 고결. 애국주의의 전형을 보여주었다"고 애도했다.
그는 조직적인 선거 운동보다는 유권자들과의 직접 접촉을 선호한 정치인이었다. 이런 선거 운동 방식은 2012년 선거에서도 충분한 효과를 발휘했다.
하지만 2014년의 선거에서는 사정이 크게 달라져 디지털 선거 운동에 익숙한 젊은 도전자 존 래트클리프에게 시종 고전하고 말았다.
홀 전 의원은 대공황을 겪던 어린 시절에 고향의 상점에서 일하다 우연히 악명 높은 남녀 강도 보니와 클라이드를 만난 적이 있다고 술회한 바 있다. 이들이 "올드골드 담배 2갑과 코카콜라 2병, 우리가 갖고 있던 신문 전부를 사갔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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