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고 답하다] 류종열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것은 도산의 통합 정신"
"통일운동은 독립운동의 연장"
"민주시민교육으로 건강한 사회, 희망 있는 사회 이루어야"
(서울=연합뉴스) 김은주 논설위원 = "도산 안창호가 보여준 통합과 소통의 정신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갈등을 해결하고 힘을 하나로 모으는데 필요한 지도자의 덕목입니다."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류종열 흥사단 이사장은 "도산은 임시정부 수립에 절대적으로 기여했으나 공을 내세우지 않고 통합을 추구했다"라며 "독립운동을 위해 만들어진 흥사단은 앞으로 통일운동, 평화운동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민주시민교육이 잘 정착돼야 우리 사회가 건강한 사회, 희망 있는 사회가 될 수 있다"라고 강조하고, "독립유공자 후손들이 자부심과 긍지를 가질 수 있도록 꾸준히 관심을 갖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대학로 흥사단 본부에서 류 이사장을 만났다.
-- 도산 안창호의 독립운동을 소개해달라.
▲ 도산 안창호는 교육자, 사상가로 뛰어난 분이지만 독립운동에서도 큰 업적을 남겼다. 교육학을 공부하러 미국에 갔으나 노동자로 비참하게 사는 우리 동포들을 보면서 이들의 환경을 개선하고 이들에게 민족의식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일제의 침략이 구체화되자 조선으로 돌아와 신민회, 청년학우회를 만들고 활동했으나 한계를 느껴 미국으로 돌아갔다. 그곳에서 대한인국민회를 만들어 동포사회를 위해 큰 노력을 기울였다.
3.1운동이 일어나고 도산은 상하이로 건너갔다. 도산이 가져온 미국 동포들의 독립의연금이 상하이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재정에 크게 기여했다. 도산은 임시정부 내에 교통국을 설치하고, 연통제를 실시하며, 독립신문을 발행하는 등 많은 활약을 했다. 특히 국내의 한성정부, 연해주의 대한국민회의, 상하이 임시정부를 하나로 묶어 통합 임시정부를 만드는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당시 이념 간, 지역 간, 정책 노선 간 갈등이 심했다. 도산은 이를 하나로 통합하기 위해 노력했다. 1923년 국민대표회의를 통해 독립운동의 여러 세력의 통합을 시도했다.
-- 흥사단 출신 독립운동가들의 활약이 컸다.
▲ 지금까지 서훈을 받은 흥사단 출신 독립운동가가 175명이다.
흥사단은 1913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창립됐다. 상하이에 원동위원부를 세웠고, 해방되면서 미국에 있던 흥사단이 국내로 들어왔다.
도산은 독립투사를 양성하기 위한 기관으로 흥사단을 만들었다. 엄격한 입단 문답을 통해 단우를 선발했다. 독립투사를 기르는 단체였기 때문에 가치관과 국가관이 제대로 서 있는지, 어떤 의지와 신념을 가졌는지 세심하게 알아보았다. 어떤 때는 입단 문답이 1주일 내내 진행되기도 했다. 기록에 해방 전 단우 수가 600명 정도 되는 거로 나온다. 이 중 175명이 서훈을 받았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 해방 이후 흥사단의 활동은 어떠했는가.
▲ 해방 전 흥사단의 활동은 독립운동의 연장 선상에서 봐야 한다. 해방 후 국내로 들어와 자리 잡기까지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자유당 정권을 지나자 5.16 군사 정변이 일어났고 흥사단을 포함한 모든 단체의 활동이 금지됐다.
1963년 흥사단 아카데미가 설립됐다. 흥사단 아카데미라는 이름하에 흥사단 운동이 주로 고교생, 대학생 중심으로 전개됐고, 많은 학생이 민주화 운동에 깊이 관여하게 됐다. 당시 비정부기구(NGO)라고 할 수 있는 곳이 거의 없었다. 흥사단이 NGO 역할을 했다. 그 당시 '민주열사'로 불릴만한 분 중 흥사단 아카데미 출신이 다수를 차지했다.
1980년대 들어 시민운동을 시작했다. 시민실천위원회를 만들었고, 공명선거실천시민운동협의회 같은 운동을 주도했다.
1997년 이후 다양한 통일 관련 활동을 전개했다. 해방이 분단으로 이어졌기 때문에 독립운동의 연장은 통일운동이라는 생각을 갖고 활동하고 있다.
-- 어떻게 통일운동을 해왔나
▲ 흥사단은 크게 통일운동, 투명사회운동, 교육운동의 3대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통일운동의 경우 초기에는 북한과 직접 접촉이 어려울 때였으므로 통일 교육, 평화교육에 주력했다. 대학생들을 데리고 7박 8일씩 동북 3성 일대를 돌아보기도 했다. 조선족들과 연계해서 민속잔치, 백일장 등의 행사를 개최하고 장학금도 주었다. 2005년 북한을 돕기 위해 밀가루, 분유를 싣고 개성에 갔던 기억이 생생하다.
통일운동을 흥사단 조직 안에 담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1997년 흥사단 민족통일운동본부를 설립할 때 단우들에 한정하지 않고 일반 회원들로 확대해서 1천149명이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 그 밖의 시민운동은.
▲ 실천 운동으로 중요한 것이 투명사회운동이다. 도산은 '죽더라도 거짓을 말라. 농담이라도 거짓을 말라'고 강조했다. 정직한 사회,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사회가 투명해야 한다. 2001년 투명사회운동본부를 만들어 투명운동을 전개해왔다.
도산은 교육에 대한 애정이 많았다. 대성학교, 점진학교, 동명학원 등을 세웠다. 흥사단 교육운동본부는 여러 가지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올바른 교육정책에 대해 제언도 하고, 스스로 인권교육도 했다. 최근에는 민주시민교육에 주력하고 있다.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인성교육과 더불어 민주시민교육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오늘날 흥사단 운동의 성격은.
▲ 흥사단 운동은 크게 청소년단체 영역, 시민단체 영역, 민족운동단체 영역의 세 영역으로 나뉜다.
청소년단체 영역의 활동은 올바른 국가관, 인생관, 가치관을 가진 미래 지도자를 육성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시민단체 영역이다. 참여연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한국여성단체협의회, YMCA, 한국 여성민우회, 환경운동연합 등의 단체와 연대해서 활동한다. 진보, 보수를 떠나서 옳은 일, 상식적인 일, 원칙이 지켜지는 일이라면 흥사단이 당연히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세 번째는 민족운동단체 영역이다. 2005년 독립유공자후손돕기 운동을 시작했다. 과거에는 정부가 후손 중 한 사람에게만 혜택을 줬다. 나머지 후손들은 생활이 어려웠다. 흥사단은 지금까지 매년 50명 정도 장학금을 지급했다. 장학금만 주고 마는 것이 아니라 후손들이 자부심과 긍지를 가질 수 있도록 꾸준히 관심을 갖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독립운동 현장 탐방 프로그램으로 지난해에는 상하이 임시정부 기념관을 방문하고 충칭까지 다녀왔다.
-- 가장 주력하는 사업은 무엇인가.
▲ 통일운동이다. 독립운동을 위해 만들어진 단체라면 당연히 통일운동, 평화운동이 핵심이 되어야 한다.
-- 올해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흥사단 자체적으로 계획하고 있는 사업이 있는가.
▲ 도산을 소재로 한 뮤지컬을 추진 중이다. 문제는 재정인데 단우들에게 십시일반 후원을 받고 있으나 한계가 있다. 좋은 의지를 갖고 협찬을 해주는 곳이 있으면 좋은데 여의치 않다. 올해 도산 뮤지컬이 잘 진행되면 이후 백범 등 여러 독립운동가를 소재로 한 뮤지컬을 무대에 올려 국민들에게 널리 알리고 싶다.
-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도산 정신이 갖는 의미는.
▲ 도산은 임정 수립에 절대적으로 기여했다. 그러나 자리를 탐하지 않았다. 중요한 자리는 다른 사람들에게 양보하고, 노동국 총판이라는 그리 높지 않은 직책을 가지면서 통합을 추구했다. 이것이 도산의 가장 훌륭한 점이다. 우리 사회의 남남갈등을 해결하고 힘을 하나로 모으는 통합의 정신이야말로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것이다.
-- 흥사단 운영은 어떻게 하나
▲ 일반 회원이 1만명, 청소년 회원이 1만명 정도이다. 본부와 전국 25개 지부, 11개 미국 지부, 상하이 지부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또한 청소년수련관 등 28개 청소년시설을 위탁받아 운영한다. 도산기념사업회가 별도법인으로 되어 있다. 도산아카데미연구원은 주로 학술 행사나 모임을 갖는다. 흥사단 내부에 독립유공자후손돕기본부, 독도운동본부 등이 있다. 모든 활동은 정부 지원 없이 회원들 회비로 충당한다.
-- 흥사단의 앞으로의 과제는.
▲ 가장 근간이 되는 것은 인재양성이다. 모든 지부에 걸쳐 지역사회에서 통일운동, 교육운동, 투명사회운동이 잘 되기를 바란다. 특히 민주시민교육이 정착되면 좋겠다. 그래야 우리 사회가 건강한 사회, 희망 있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
※ 류종열 흥사단 이사장은 전북대학교 사학과를 나와 서울 용산고, 양재고, 잠실고, 서초고, 동작고 등에서 교사를 지냈다. 고등학생 시절인 1972년 흥사단 아카데미 활동을 시작했다. 흥사단 서울지부장, 흥사단 민족통일운동본부 상임대표를 거쳐 2017년 1월부터 흥사단 이사장을 맡았다. 도산기념사업회 이사, 한국청소년단체협의회 부회장,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 대통령 직속 3.1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ke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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