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보우소나루 '카니발 음란 동영상' 논란 일파만파
정치권 "스스로 신뢰 까먹는 행위"…좌·우파 진영 일제히 비난
美 의원들 "보우소나루, 소수자·민주주의 위협" 폼페이오에 서한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카니발 축제 기간에 소셜미디어(SNS)에 음란 동영상을 올린 것을 둘러싼 논란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대통령실이 "카니발 축제를 공격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다"고 해명했으나 좌·우파 진영을 막론하고 강한 비판 여론이 형성되면서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를 급속도로 위축시키고 있다.
7일(현지시간)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보우소나루 대통령에게 우호적인 우파·중도우파 정당 지도부는 "자신의 손으로 신뢰를 까먹는 행위를 하고 있다"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연금개혁을 비롯해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엉뚱한 행동으로 국정 수행에 스스로 장애물을 만들고 있다는 비난도 제기했다.
야권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그런 동영상을 올린 것은 그의 뒤틀린 인식을 드러내는 것"이라며 강도 높은 비난을 이어갔다.
더욱 심각한 것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큰 실망감을 나타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SNS에서는 "보우소나루가 음란한 동영상을 올린 것은 매우 부적절하고 충격적인 행위였다"는 내용의 경고성 댓글이 줄을 이었다.
유력 일간 에스타두 지 상파울루는 SNS에 올라온 댓글 가운데 65%가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행위를 비난하는 내용이었다고 전했다.
이번 파문과 직접 관련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미국 하원의원들이 브라질의 인권 상황을 비난하는 서한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에게 보냈다는 보도도 보우소나루 대통령에게 압박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간 폴랴 지 상파울루는 미국 하원의원들이 지난 4일 폼페이오 장관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보우소나루 정부에 인권 상황 개선을 촉구하라고 주문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하원의원들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소수자들을 위협하고 있으며 브라질의 미래 민주주의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지난 5일 트위터에 한 남성이 다른 남성의 머리에 소변을 보는 동영상을 올렸다.
동영상에는 두 남성이 버스정류장 꼭대기에 올라가 격렬히 몸을 흔들다가 격투기 선수들이 착용하는 국부 보호대와 유사한 것을 입은 남성이 자신의 몸을 선정적으로 더듬다가 다른 남성에게 허리를 구부려 머리에 소변을 보도록 하는 장면이 담겼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이런 것을 보여주는 게 나도 꺼림칙하지만, 사람들이 진실을 깨닫고 우선시해야 할 것이 무엇인가를 알게 해줄 필요가 있다"며 "이것이 길거리 축제가 변해가는 모양"이라고 말했다.
동영상은 카니발 축제 기간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지만,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이 동영상을 어떻게 입수했는지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이를 두고 보우소나루 비판자들은 인종 차별과 동성애 혐오 목소리를 공공연하게 내온 그가 성 소수자(LGBT)들에게 우호적인 카니발 축제를 모욕하기 위해 그런 동영상을 올린 것이라고 비난했다.
일부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올린 동영상에 '탄핵 보우소나루(#ImpeachmentBolsonaro)'라는 해시태그를 달아 그에 대한 탄핵을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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