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사우디·4개 미국령 포함된 EU의 '검은돈 국가' 지정 무산
미·사우디 강력 반발 부딪혀…집행위, 새 명단 작성 곧 착수
(브뤼셀=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유럽연합(EU)은 7일 북한, 이란을 비롯해 사우디아라비아, 시리아 등 23개국 또는 자치령을 '돈세탁 및 테러자금지원국'으로 지정하자는 EU 집행위의 제안을 만장일치로 거부했다.
EU 28개 회원국은 이날 성명을 내고 집행위의 이번 돈세탁 및 테러자금지원국 지정안에 대해 "투명하고 탄력적인 과정을 통해 결정되지 않았다"며 거부 이유를 밝혔다.
앞서 집행위는 지난달 13일 돈세탁과 테러 자금지원을 막기 위해 충분한 노력을 벌이지 않고 있다고 평가된 23개국 또는 자치령의 명단을 잠정 발표했다.
당시 명단에는 북한과 이란을 비롯해 아프가니스탄, 미국령 사모아, 바하마, 보츠와나, 에티오피아, 가나, 괌, 이라크, 리비아, 나이지리아, 파키스탄, 파나마, 푸에르토리코, 사모아 등이 포함됐다.
또 사우디아라비아, 스리랑카, 시리아, 트리니다드 토바고, 튀니지, 버진 아일랜드, 예멘도 대상에 올랐다.
잠정적인 돈세탁 및 테러자금지원국 블랙리스트가 발표된 뒤 4개 자치령이 포함된 미국과 중동의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는 강력히 반발하며 EU 회원국들에 이를 승인하지 말도록 압박했다.
EU 회원국들은 집행위가 제안한 명단에 대해 승인 또는 거부만 결정할 수 있으며 특정 국가를 첨삭할 수는 없다.
집행위는 돈세탁 및 테러 자금지원국 지정을 추진한 배경에 대해 "돈세탁과 테러자금지원 위험으로부터 EU의 금융시스템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해왔다.
돈세탁 및 테러자금지원국으로 지정된다고 하더라도 EU로부터 직접적인 제재를 받는 것은 없다.
다만 EU는 EU의 은행과 금융기관에 이 명단에 오른 국가의 고객이나 기관과 거래할 때 의심스러운 돈 흐름을 확인하기 위해 강화된 점검을 할 것을 주문했다.
회원국들이 돈세탁 및 테러자금지원국 지정안을 공식 거부함에 따라 집행위는 회원국들의 입장을 고려해 조만간 새로운 블랙리스트 명단 작성에 착수할 방침이다.
집행위가 새로운 명단을 작성할 경우 사우디와 미국의 자치령 등은 빠질 가능성이 있지만 북한과 이란, 시리아 등은 그대로 재지정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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