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을 코에 넣으면 병이 낫는다고?…'볼수록 놀라운 과학이야기'

입력 2019-03-08 07:14
똥을 코에 넣으면 병이 낫는다고?…'볼수록 놀라운 과학이야기'

체온 영하 3℃ 다람쥐·진화 역행하는 암세포·유전자 교환하는 미생물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 다른 사람의 대변을 코를 통해 몸에 주입한다면 생각만 해도 비위가 상할 뿐 아니라 엽기적이기까지 하다.

그런데 현대 과학과 최신 의학은 난치병 치료에 실제로 이 방법을 쓴다.

'분변 미생물 이식'이라는 치료법인데, 코에 관을 꽂고 특수 처리한 대변을 위로 보내는 방식이다. 효과는 놀랍다고 한다. 모든 항생제에 내성을 보이는 슈퍼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도 분변 균 이식으로 완벽하게 회복된 사례가 있다 하니 말이다.

파킨슨병 증상 완화에도 도움을 준다고 한다. 그러나 부작용 없는 약 없듯 증명된 것은 아니지만 일부에선 분변 이식으로 비만이 왔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과학 전문 저술가 콜린 바라스가 지은 '볼수록 놀라운 과학 이야기'(타임북스 펴냄)는 이처럼 신기하고 새로운 과학적 발견과 원리를 유쾌하고 쉽게 풀어낸 책이다.

자연과학, 의료과학, 두뇌과학, 인류과학의 네 가지 카테고리로 나눠 독자가 잘 몰랐던 과학의 경이로운 세계를 펼쳐 보인다.



북극 얼룩다람쥐의 초능력도 흥미롭다. 이 다람쥐는 겨울잠을 자면서 추위를 피해 생존하는데, 이때 원래 37℃이던 체온을 영하 3℃까지 떨어뜨린다. 물이 어는 점을 넘어 영하로 체온이 내려가다니 어떻게 이게 가능한 일인가.

알래스카대 연구팀은 이 다람쥐가 '슈퍼 냉각기술'을 활용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스스로 피를 얼어붙은 거나 마찬가지 상태로 바꿔 8개월을 버틴다. 심장은 1분에 한 차례 뛰고 뇌는 '대기 상태'로 전환한다. 시체에 더 가깝지만 봄이 오면 어김없이 뇌가 정상적으로 깨어나 활발하게 활동한다.

미생물의 '수평적 유전자' 이동은 무서울 정도다. 세대 간 수직 이동, 그것도 위에서 아래로만 가능한 줄 알았던 유전자 이동을 미생물이 서로 물물교환한다. 세균이 항생제 저항력을 빠르게 갖추는 비결이다.

무서운 암세포는 진화 과정을 역행하는 인체 내 유일한 세포다. 다시 말해 다세포 동물의 세포는 본체의 생존을 위해 서로 협업하고 희생하는 데 반해 암세포는 마치 원시시대 단세포처럼 이기적으로 생존하려고 하면서 결국 본체를 죽인다.

인간 세포 중 유일한 불멸의 세포인 '헬라 세포'도 암세포다. 1950년대 여성 자궁암 환자로부터 추출한 이 세포는 여전히 늙지 않고 생존 중이다.

이번엔 걱정 때문에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보자. 1970년대 의사가 한 남자에게 말기 간암 선고를 내렸다. 이 남자는 실제로 의사가 선고한 기한 내에 숨졌다. 그런데 부검해 보니 남자의 악성 종양은 너무 작아서 절대 사람을 죽일 수 없었다.

그는 암으로 죽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에 죽은 것이다. 이를 '플라세보'에 반대되는 '노세보 효과'라고 한다.

이다윤 옮김. 188쪽. 1만3천500원.

lesl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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