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쪽 중국, 동쪽 공단…미세먼지에 갇힌 산업도시 '숨이 턱턱'
울산·여수 등, 기업·화력발전소 굴뚝 배출가스가 미세먼지 생성 촉진
직접 배출보다 2차 가스 생성량이 3배 많아…"민관 저감 노력 필요"
(울산=연합뉴스) 허광무 기자 = '산업단지와 화력발전소에 즐비한 굴뚝, 미세먼지를 얼마나 뿜을까.'
최악의 미세먼지 피해로 건강에 대한 염려가 높은 시점에서 울산이나 전남 여수 등 화학공장이 밀집한 지역 주민이라면 이런 걱정을 해봤을 터다.
국내에 영향을 미치는 미세먼지는 크게 중국 쪽에서 유입되는 것과 국내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나뉜다.
국내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만 보면, 먼지 성분의 고체 형태로 직접 배출되는 것과 오염물질이 대기 중 화학작용을 거쳐 2차 생성되는 것으로 분류할 수 있다.
직접 배출은 공장이나 화력발전소 등에서 미처 화학성분이 걸러지지 않을 때 나오는 것이고, 2차 생성은 이들 공장이나 화력발전소 굴뚝에서 백연(白煙·하얀 연기)등과 함께 배출되는 가스물질이 대기 중에서 산화 등 화학과정을 거쳐 고체인 미세먼지로 변하는 것이다.
백연은 환경배출 처리 과정을 완벽하게 거치면 수증기 형태로 환경피해가 없지만, 처리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으면 가스 물질이 일부 포함된 누런색을 띠면서 인체에 유해한 미세먼지를 발생시킬 수 있다.
미세먼지로 변하는 가스물질은 아황산가스(SO2)·질소산화물(NOx)·휘발성유기화합물(VOCs) 등이며 상당량이 석유화학단지나 화력발전에서 발생한다.
환경부가 2017년 발표한 미세먼지 관리 종합대책 자료에 따르면, 1차 직접 배출과 2차 화학적 생성을 포함한 국내 미세먼지를 발생 원인별로 보면 자동차(건설기계, 선박 등 포함) 25∼30%, 발전소 15%, 공장 등 사업장 35∼40%가량의 비율을 보인다.
다만 인구가 밀집해 차량이 많은 수도권은 자동차 40%, 발전소 10%, 사업장 15% 등으로 차이가 있다.
그런데 1차 직접 배출과 2차 화학적 생성이 미세먼지 발생에 차지하는 비중은 2차 생성(75%)이 1차 배출(25%)보다 3배가량 많다.
결론적으로 2차 생성을 일으키기 좋은 울산 등 공단지역은 미세먼지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울산의 경우 석유화학공단이나 온산공단 등에는 수많은 굴뚝이 있지만, 이들 시설에는 대부분 오염물질 방지시설이 설치돼 있다.
그러나 설비 노후화나 기업의 도덕적 해이 등으로 걸러지지 않은 채 배출되는 오염물질은 있을 수 있다. 또 방지시설이 제대로 가동되더라도, 각종 가스 물질 배출은 불가피해서 미세먼지 2차 생성에 유리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실제로 지난해 최성득 울산과학기술원(UNIST) 도시환경공학부 교수팀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통상 미세먼지 농도가 옅어지는 여름철에도 울산은 미세먼지에 함유된 독성물질인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s) 농도가 일정 수준을 유지했다.
이는 울산 동쪽에 있는 공단, 항만의 선박 등에서 배출된 오염물질이 해풍을 타고 내륙으로 이동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특히 수도권과 비교할 정도는 아니더라도 자동차 영향 또한 동시에 존재하며, 농촌지역의 가축 배설물에서 발생하는 암모니아도 미세먼지 생성에 좋은 조건으로 작용한다.
울산은 지리적으로 동쪽에 있어서, 서울과 비교하면 겨울이나 봄에 중국에서 건너오는 미세먼지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이점은 있다.
송창근 울산과기원 도시환경공학부 교수는 7일 "공단에 밀집한 공장 굴뚝은 직·간접적으로 미세먼지에 악영향을 주는 요인"이라면서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공장에서는 방지설비 효율을 높이고 공정에서 발생하는 가스양을 줄이는 동시에 상시로 오염물질을 감시·분석·관리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더불어 자치단체는 공단 안팎이나 주변 지역의 미세먼지와 대기오염도를 측정해 투명하게 공개하고, 시민들은 정부나 자치단체의 비상저감 조치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등 자체 저감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hk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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