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 前 닛산 회장, 체포 108일만에 보석금 100억원 내고 석방(종합)

입력 2019-03-06 18:14
수정 2019-03-07 08:41
곤 前 닛산 회장, 체포 108일만에 보석금 100억원 내고 석방(종합)

주거제한·감시카메라 설치 등 조건…장기 구속에 '인질사법' 비판

곤 전 회장 법정서 거센 반격 예상…프랑스-일본 갈등 재연될 수도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카를로스 곤 전 닛산자동차 회장이 일본 검찰에 체포된 지 108일만인 6일 법원의 보석 결정으로 풀려났다.

카를로스 전 회장은 이날 10억엔(약 100억원)의 보석금을 납부하고 오후 구치소에서 석방됐다.

법원은 일본 국내 주거 제한, 주거지 출입구 감시카메라 설치, 해외 방문 금지, 인터넷 사용 제한, 사건 관계자 접촉 금지 등의 까다로운 조건을 달고 보석을 인정했다.



곤 전 회장은 2011~2015년 유가증권보고서에 5년간의 연봉 50억엔(약 500억원)을 축소 신고한 혐의(금융상품거래법 위반) 등으로 지난해 11월 19일 도쿄지검 특수부에 의해 전격 체포됐다.

르노-닛산-미쓰비시 자동차 3사 연합(얼라이언스)의 수장이었던 그는 체포 후 닛산자동차와 미쓰비시자동차, 르노그룹 회장에서 물러났다.

곤 전 회장은 자신의 혐의를 일관되게 부인하면서 거듭해서 보석을 신청했고, 도쿄지방재판소는 전날 3번째 신청 만에 보석을 인정하는 결정을 내렸다.

교도통신은 일본 법원이 재판의 쟁점을 조정하는 '공판 전 정리 절차'가 개시되기 전에 혐의를 부인하는 피고를 보석으로 석방하는 것이 드문 일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형사 체계에서 구속 기간은 최장 23일이지만, 일본 검찰은 그동안 새로운 혐의를 추가하면서 '재체포'를 하는 방식으로 구속 기간을 늘려왔다. 검찰은 전날 법원의 보석 인정 결정이 나오자 이에 불복하며 준항고를 제기하기도 했지만 기각됐다.



이처럼 장기간 구속하며 혐의 인정을 압박하는 수사 방식 때문에 이번 사건과 관련해 일본의 사법 체계에 대해 '인질 사법', '종교 재판'이라는 비판이 해외는 물론 일본 국내에서도 제기됐다.

곤 전 회장은 법원의 보석 결정과 관련해 미국의 대리인을 통해 "나는 무죄이며, 터무니없는 죄에 대해 자신을 지키기 위해 재판에 단호한 결의로 임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로이터 제공]

곤 전 회장은 직접 무죄를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여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곤 전 회장의 석방으로 재판에서 혐의를 입증하려는 검찰과 이를 방어하려는 곤 전 회장 측 사이의 공방이 더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곤 전 회장 측이 검찰의 수사가 자신에 대한 닛산차 일본인 경영진의 모함 때문이라는 주장을 강하게 펼 경우 잠시 잠잠해졌던 프랑스와 일본 사이의 갈등에 다시 불이 붙을 수도 있다.

프랑스 정부가 지분의 15.01%를 가진 르노는 닛산 주식의 43.4%를 갖고 있으며 이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얽힌 지분 구조 속에서 3사 연합의 경영권은 르노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닛산차 일본인 경영진이 르노와 닛산차의 통합을 추진하려던 곤 전 회장에 대한 비위 정보를 검찰에 주는 '쿠데타'를 일으켜 곤 전 회장이 체포된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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