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인형퍼레이드 "유대인 비하했다" 뭇매

입력 2019-03-06 17:49
벨기에 인형퍼레이드 "유대인 비하했다" 뭇매

매부리코·돈주머니 등 유대인 비하 고정관념 상징 사용해 논란

(서울=연합뉴스) 임성호 기자 = 벨기에 거리축제에서 펼쳐진 인형퍼레이드에서 유대인을 비하하는 듯한 모습의 대형 인형이 등장해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고 영국 BBC방송이 5일(현지시간) 전했다.

논란이 된 인형은 수도 브뤼셀 외곽의 알스트에서 지난 3일 펼쳐진 한 축제 거리행진에서 공개됐다.



사람 키의 몇 배나 되는 크기의 인형 한 쌍은 정통파 유대인이 주로 착용하는 모자를 쓴 채 분홍빛으로 칠해진 옷을 입은 모습이었다.

문제는 이 인형들이 유대인을 비하할 때 주로 언급되는 신체적 특징인 '매부리코'를 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게다가 유대인들은 탐욕스럽고 인색하다는 고정관념을 담은 의미로 비칠 수 있는 '돈주머니'도 발치에 가득 쌓여 있었다.

이에 현지 유대인 단체들은 이런 묘사가 "1939년 독일 나치의 전형적 행태"라며 "2019년인데, 벨기에 같은 민주국가에서 축제에서든 어디에서든 이런 일은 있을 수 없다"며 거세게 항의했다.

유대인 단체들은 공동으로 성명을 내고 "유대인 사회는 유머를 대개 잘 받아들이는 편이지만, 넘어서는 안 되는 선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특히 벨기에와 전 세계에 반유대주의가 퍼지고 있는 작금의 상황"에 이런 풍자는 "최악의 경우에 나치 시대의 반유대 캐리커처를 재연한 것으로도 읽힐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럽위원회(EC)도 "쇼아(히브리어로 유대인 학살인 홀로코스트를 지칭하는 말)가 끝난 지 74년이 지났는데 유럽의 거리행진에서 이런 이미지가 등장하다니 말도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한편 벨기에 일간지 HLN은 문제의 거리행진을 기획한 단체가 살해 협박을 받아 경찰에 신고했다고 보도했다.

이 단체는 이 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단지 분홍색 유대인의 모습을 만들면 재미있을 것이라 생각했다면서 "거리행진은 그저 캐리커처가 펼쳐지는 축제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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