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성장률 10년 뒤엔 2%까지 떨어질 수도"

입력 2019-03-06 16:04
"중국 경제성장률 10년 뒤엔 2%까지 떨어질 수도"

중진국 함정? 부채·노동인구 감소·저생산성 난제

JP모건 "어떤 경제도 발전하면 둔화…중국도 마찬가지"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세계 경제의 엔진 역할을 해온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곧 선진국 수준으로 추락할 것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미국 CNBC방송에 따르면 중립적인 거시경제 연구업체인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5일(현지시간) 싱가포르에서 열린 연례 콘퍼런스에서 중국의 연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향후 10년에 걸쳐 2% 수준으로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업체의 아시아 부문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마크 윌리엄스는 "중국이 신흥시장에서 우월한 주자로 활약하던 시대는 끝나고 있다"며 이런 수치를 제시했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전날 전국인민대표회의에서 정부 업무 보고를 통해 올해 성장률을 작년 목표치인 '6.5%가량'보다 낮은 '6∼6.5%'로 제시한 바 있다.

중국의 경제성장률 하락 폭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지만 예전처럼 고성장을 거듭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은 지배적이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선진국으로 완전히 도약하지 못한 채 경제 성장세만 둔화하는 중진국 함정에 빠질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날 콘퍼런스에서 참석자들은 중국의 경제성장과 관련 인구구성 변화를 비롯한 여러 리스크를 거론했다.

금융산업을 비롯한 경제 전반에 위험이 될 수 있는 과도한 부채 규모, 고령화에 따라 줄어드는 노동 인력, 점차 하락하는 생산성 등에 대한 우려가 쏟아졌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중국 부문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줄리언 에번스-프리처드는 중국이 부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정책입안자들이 대출을 국유기업에서 더 효율성이 있는 민간 기업으로 옮겨가려고 노력해왔으나 지금까지 결과는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윌리엄스는 중국이 올해 더 많은 대출로 경제성장을 떠받치려고 할지도 모르지만 '그림자 금융'을 진압한 데 따른 후폭풍은 최고 난제로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그림자 금융은 규제 사각지대에 있는 금융회사들의 비공식 대출을 뜻하며, 주요 고객은 국유기업을 선호하는 국유은행으로부터 외면을 받던 민간 기업들이었다.

중국 당국은 부채감축 프로젝트로 먼저 그림자 금융에 대한 규제 수위를 높인 바 있다.

에번스-프리처드는 경제성장의 지속적 둔화와 함께 기업들이 기존 부채의 이자를 지급하는 게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채 폭탄 논란 외에도 지금까지 중국의 급성장을 뒷받침하던 동력마저 시들어가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윌리엄스는 1970년대에 도입된 중국의 한 자녀 정책 때문에 노동 인력이 감소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노동인구 감소 때문에 2030년까지 GDP 증가 규모가 0.5% 정도 줄어들 수 있다고 추산했다.

이 업체는 중국의 노동인구가 해마다 0.2%씩 줄고 있다며 작년에 중국 신생아는 1천500만명으로 2017년보다 12% 줄었고 3년 전 정부 추산치보다 3분의 1 이상 적다고 지적했다.

중국 경제성장을 끌어내릴 또 다른 요인으로는 정체되고 있는 생산성 향상이 거론됐다.

이미 수출시장을 개척할 만큼 개척한 중국은 생산성 향상을 수출에 의존할 수 없는 입장이다.

윌리엄스는 "더 많이 투자하고 더 많이 건축해서 생산성을 끌어올릴 수 없다면 유일한 길은 노동생산성을 향상하는 것"이라며 "미개척 기술 분야에 기업들이 더 가까이 다가가도록 해야 한다"고 중국의 과제를 설명했다.

한편 투자은행 JP모건은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가 당연한 현상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JP모건 애셋매니지먼트의 알렉산더 트레베스는 CNBC 인터뷰에서 "어떤 경제라도 발전하게 되면 (성장세가 둔화하는 것이) 지극히 자연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GDP 증가가 10년이나 15년 전에 보던 종류와는 다른, 그런 세계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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