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아픔 다룬 '생일' 전도연·설경구 "위로가 됐으면"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세월호 아픔을 다룬 영화 '생일'이 다음 달 3일 관객을 찾는다. 2014년 4월 16일 세상을 떠난 아들의 생일날, 엄마와 아빠, 동생 그리고 남은 이들이 아들을 추억하며 서로 아픔을 보듬는 이야기다.
6일 서울 압구정CGV에서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전도연은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많이 울었다"면서 "제가 그 슬픔을 감당할 수 있을까 걱정됐지만, 촬영하면서 함께 기억하고 슬픔을 나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위로가 되고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되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전도연은 아들의 부재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그 빈자리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채워가는 엄마 순남역을 맡았다. 외부와 단절된 생활을 하다가 남편과 함께 아들의 생일모임을 하면서 비로소 아들을 떠나보낸다.
전도연은 "출연 제의를 받았을 때 부담이 커서 고사했다"면서 "그러나 시나리오가 그런 부담감을 뛰어넘을 만큼 좋았다. 앞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여서 꼭 하고 싶었다"고 떠올렸다.
그는 "제가 다가갔던 것처럼, 관객들도 이 영화에 다가와 응원해달라"고 당부했다.
설경구는 특수한 사정으로 외국에 있다가 뒤늦게 가족에 돌아온 아빠 정일을 연기했다. 아들이 세상을 떠나는 날 아버지 자리를 지키지 못한 미안함을 품고 살던 그는 주변의 권유로 아들의 생일을 준비한다.
설경구는 "다른 영화 촬영 중에 시나리오를 받았다. 스케줄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었지만, 시나리오를 읽은 뒤에는 별로 고민을 하지 않았다"며 "왜 벌써 영화로 만드냐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저는 '왜 그동안 안 만들어졌지' 하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담담하지만, 힘 있는 이야기로, 영화를 보다 보면 가랑비에 옷 젖듯이 다가올 것"이라며 "이 작품이 온 국민에게 트라우마로 남아있는 그 사건을 기억하고, 위로를 건넬 수 있는 작은 물결의 시작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전설 커플'로 불리는 전도연과 설경구는 영화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2001) 이후 18년 만에 한 작품에서 재회했다.
설경구는 전도연에 대해 "18년 동안 변함이 없다. 희한하게 너무 똑같다"고 말했고, 전도연은 설경구를 향해 "멋있게 나이가 들었다"고 화답했다.
이 작품은 이창동 감독의 '밀양' '시'에서 연출부로 활동한 이종언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 이 감독은 친구를 떠나보낸 안산의 친구들과 또래 세대의 만남을 다룬 다큐멘터리 '친구들: 숨어있는 슬픔'을 연출했고, 다음 스토리펀딩을 통해 '세월호 세대와 함께 상처를 치유하다'라는 캠페인에 참여했다. 그동안 세월호 참사에 끊임없이 관심을 지닌 감독의 진심이 담긴 영화다.
이 감독은 2015년부터 안산에 있는 세월호 유가족들을 위한 심리치유센터 '치유공간 이웃'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모티프를 얻었다.
그는 "유가족들이 아이들 생일이 돌아오면 무척 힘들어하셨고, 함께 모여서 아이 생일모임을 하셨다"면서 "그 모임을 보면서 영화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시나리오를 써서 유가족들의 동의를 얻었고, 최종 편집본을 완성하기 전에 안산에서 유가족 대상 시사회도 열었다.
이 감독은 "시사회 때 가족분들로부터 '수고했다' '고맙다'는 말을 듣고 그제야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고 했다. 이어 "혹시라도 저의 잘못된 해석이 들어가지 않게, 한걸음 물러서서 있는 그대로를 표현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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