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환 김정은, 내부 '정치이벤트' 집중하며 체제결속 챙길 듯
10일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 '김정은 2기' 권력구조 가시화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2차 북미정상회담을 '빈손'으로 마치고 귀국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당분간 굵직한 내부 정치이벤트에 집중하면서 민심을 챙기는 동시에 향후 대미전략 구상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4일 주재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에서 "북한이 이번 회담 결과를 평가한 뒤 대미·대남 전략을 재검토하는 과정을 거칠 것으로 전망한다"며 "북한의 내부 정치 일정과 상황 정리에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북미정상회담 직후 이어질 북한의 '내부 정치 일정'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오는 10일로 예정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대의원 선거다.
최고인민회의는 남한의 국회 성격을 가진 기관이다. 우리의 총선 격이라고 할 수 있는 이번 선거는 지난 2014년 3월 9일 치러진 13기 대의원 선거 이후 5년 만이다.
올해는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가 4년마다 열리는 지방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와 20년 만에 겹치는 해이기도 하다.
북한은 이번 선거를 "정치적 열의를 고양하고 내부 결속을 강화하는 계기로 활용할 것"(국가안보전략연구원)으로 전망됐지만, 북미정상회담이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기대만큼 분위기를 띄우기는 어렵게 됐다.
그런데도 이번 선거는 북한 당국 입장에서 자칫 어수선해질 수 있는 민심을 안정시킬 '정치 이벤트'로서 중요한 의미를 가질 것으로 보인다.
김인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북미회담이) 잘되지 않은 것을 보완하기 위해서라도 선거는 일정대로 추진하면서 대내 체제선전이나 결속 차원을 강화하지 않을까 예상된다"며 "올해 (북한의) 대내 정치적 계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이번 선거"라고 설명했다.
북한은 김정은 체제 들어 첫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였던 2014년 당시에는 김 위원장을 '제111호 백두산선거구'의 후보자로 공식 추대하고 이를 대대적으로 선전하며 최고지도자에 대한 충성심을 독려하기도 했다.
14기 대의원 선거가 나흘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아직 이런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선거를 비교적 '로키'로 치르는 것일 수도 있지만, 김정은 체제 들어 두 번째 선거인 데다 이미 집권 안정기에 들어선 만큼 이런 절차가 다시 필요하지 않다는 판단을 했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북한은 10일 선거에서 그동안 이뤄진 당·정·군의 주요 인사 변동을 반영해 새로운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진용을 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곧 '김정은 2기' 권력구조의 가시화라고도 할 수 있다.
새롭게 출범한 최고인민회의는 이어 다음 달 초순 1차 회의를 열고 국가기구 인사와 경제정책 방향 등을 정비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자력갱생 기조' 강화 등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제재 장기화에 대비한 정책 마련에 나설 수 있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4월 초에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 회의가 열릴 것이고, 그를 통해서 조직 인선이라든지 대내적인 정책 등의 입장을 정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북한은 주민에게 사상교양·선전선동 사업을 하는 일선 간부들을 상대로 '전국 당 초급선전 일꾼대회'도 18년 만에 개최한다.
참가자들은 이미 지난 2일 평양에 집결해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등의 일정을 소화하고 있어 금명간 행사 진행 소식이 북한 매체에 보도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행사는 북미정상회담 직후에 배치돼 북미관계 개선과 비핵화 협상 결과 등을 주민들에게 어떻게 설명할지를 교육할 것으로 당초 예상됐지만, 합의 무산에 따라 '자력갱생 선전'에 방점이 찍힐 것으로 보인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5일 대회 참가자들에게 "적대세력들의 제재책동을 사업의 침체와 부진을 정당화하는 만능의 처방으로 삼는 것은 자기 계급, 자기 인민의 이익을 원수들 앞에 내맡기는 비겁한 패배주의, 투항주의"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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