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막히는 산업계"…반도체·건설 사업장도 '미세먼지 비상'(종합)
클린룸 에어샤워·필터교체 강화…야외 공사현장서 고령자 등 배제
청정에너지 사용·친환경 설비 구축 등 중장기 대책 마련 분주
(서울=연합뉴스) 산업팀 = 최악의 미세먼지가 연일 계속되는 가운데 산업계도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반도체나 TV·가전 등 정밀 공정이 필요한 업계에서는 생산라인에 미세먼지가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건설과 석유화학 관련 업체들은 미세먼지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각각 '긴급 조치'에 속속 나섰다.
특히 건설업계는 공사장에서 비산먼지를 줄이는 조치를 시행하는 동시에 직원들이 미세먼지에 노출되지 않도록 작업 시간도 줄이고 있다.
이와 함께 주요 대기업들은 이런 단기적인 대책에 병행해서 대기오염 물질 감축을 위한 친환경 설비 투자 방안도 속속 내놓고 있다.
◇ 반도체업계 "완벽 차단 시스템 구축…클린룸 관리 강화"
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DB하이텍은 반도체 생산라인인 '클린룸'의 먼지를 'PM 0.1' 수준으로 관리하고 있다. 0.1㎛ 이하의 먼지만 허용하는 '클래스 1' 수준의 청결도를 유지하는 것이다.
미세먼지(PM 10), 초미세먼지(PM 2.5) 정도는 너무 커서 유입될 가능성은 '제로(0)'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반도체는 머리카락의 2천분의 1 크기인 '나노' 단위의 민감한 공정을 거쳐 만들어지기 때문에 최근 '미세먼지 대란'에 대응해 더욱 철저한 관리를 하고 있다고 두 회사는 밝혔다.
클린룸에 들어갈 때 겉옷을 벗은 뒤와 방진복으로 갈아입은 뒤에 각각 한 차례씩 하는 에어샤워의 시간을 늘리는 동시에 클린룸의 집진 필터 교체 주기를 단축하고, 공기정화를 담당하는 외조기 시스템 점검 횟수도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가전 업체의 경우 공장이 상당수 해외에 있어 생산에 차질은 없는 상황이나 국내 생산라인에서 정밀 작업이 필요한 경우는 미세먼지 유입 차단 조치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 건설업계 '초비상'…작업시간 단축으로 공기 차질 우려도
야외작업이 많은 건설 현장에서는 작업자들이 미세먼지에 고스란히 노출되는 데다 미세먼지 저감 조치까지 시행되면서 말 그대로 '초비상'이 걸렸다.
삼성물산[028260]은 미세먼지 저감 조치, 주의보, 경보 발표 때 옥외 작업 근로자에게 마스크를 지급하는 한편 고령자와 폐 질환자, 임산부 등 '민감군' 근로자는 작업에서 배제하도록 했다.
현대건설[000720]은 미세먼지 주의보가 내려진 지역에서는 공공·민간 공사 현장의 근로시간을 50% 이상 단축했으며, 노후 건설기계의 이용을 자제하고 배출가스 5등급 차량의 운행도 제한했다.
GS건설[006360]은 미세먼지 비상저감 조치가 내려지면 많은 비산먼지가 발생할 수 있는 공정(도장, 연마, 뿜칠, 절.성토, 철거 등)을 자제하고, 공사장 살수 작업을 확대 시행하도록 했다.
대림산업[000210]은 서울 송파구 'e편한세상 송파' 건설현장에서 지난 1일부터 철거 굴토 작업을 전면 금지하고 오전에는 포크레인. 덤프트럭. 지게차 등 장비 사용을 중단했다.
롯데건설은 미세먼지 주의보 발령 시 시간당 10분, 경보 발령 시 시간당 15분의 휴식을 의무화했고, 포스코건설은 최근 날림먼지 대량 발생이 우려되는 곳과 도심지 현장 등 50개 현장에 대한 사전점검을 진행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비산먼지가 발생하는 철거작업이나 토공사 일부 공정은 공사 시간을 단축하면서 공사 진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최악의 미세먼지가 장기화하면 공기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 연료 교체·청정 설비 구축 등 중장기 대책도 마련
조선, 철강, 유화 업계 등에서는 미세먼지로 인한 생산 차질은 거의 없다면서 미세먼지 발생을 줄이기 위한 대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009540]은 지난해 10월 울산시와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자발적 협약'을 맺고 앞으로 5년간 관련 설비 구축 등에 4천2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공장 연료를 청정에너지인 액화천연가스(LNG)로 지속적으로 교체하고 있다.
삼성중공업[010140]은 유해 대기오염 물질 저감을 위해 모든 도장 공장을 대상으로 지난해부터 오는 2022년까지 순차적으로 회전식 농축기(RC)와 축열식 소각설비(RTO) 등 대기오염 방지시설을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매년 설비투자 예산의 10%를 환경개선에 투자하고 있는 포스코[005490]는 미세먼지 저감 등을 위한 친환경 설비 구축에 오는 2021년까지 1조7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에쓰오일과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업체들은 미세먼지 특보가 발령되면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환원제 투입량을 늘리는 동시에 공장 가열로의 연료도 중유에서 가스로 교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조선 업체들의 경우 대부분 작업장이 실내에서 미세먼지가 공정이나 품질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면서 "그러나 배출을 줄이기 위한 여러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전 업계에서도 미세먼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술적 해법 찾기에 매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는 미세먼지의 생성 원인부터 측정·분석·포집·분해까지 전체 사이클을 분석하고 단계별로 기술적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것을 목표로, 올해 1월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내 미세먼지연구소를 신설했다.
LG전자 역시 지난해 서울 가산 연구개발(R&D) 캠퍼스에 '공기과학연구소'를 설립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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