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앞둔 영국서 프랑스산 와인 '원정 사재기' 유행
(서울=연합뉴스) 김서영 기자 =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앞두고 영국 주민들 사이에서 저렴한 와인을 구매하러 프랑스로 떠나는 '원정 사재기'가 유행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오는 29일 예정된 브렉시트를 앞두고 프랑스산 와인을 구매하려는 영국인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프랑스 칼레 지역 대형 와인 마켓에서는 판매량과 사전 예약 주문량이 최근 급증하고 있다.
영국이 EU와 아무런 협정을 맺지 못한 채 EU를 탈퇴하는 '노 딜' 브렉시트가 현실화할 경우, 주류 가격이 상승할 것을 우려한 영국인들이 한 병당 평균 3파운드(약 4천원)가량 저렴한 프랑스산 와인을 미리 구매하려는 데 따른 것이다.
이에 영국에서 차로 1시간 30여분 거리에 있는 프랑스 와인 상점 '마제스틱 와인 칼레'는 지난달 매출이 49%, 3월분 선주문량이 78%나 상승했고, 인근 '칼레 와인 슈퍼스토어'도 선주문량이 100%까지 치솟았다.
'칼레 와인 슈퍼스토어' 관계자는 "3월부터 (매출량이) 치솟았다"면서 손님이 작년 동기 대비 2.5배가량 더 많았을 뿐만 아니라 하루 판매량이 작년 1주일 치 판매량에 달할 정도였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지난 1993년부터 영업을 해왔지만, 이런 현상은 처음 본다"고 덧붙였다.
가디언은 1990년대 술과 담배 등을 싸게 사기 위해 영국에서 프랑스나 벨기에 등으로 유람선을 타고 가 대량으로 물건을 사오던 이른바 '부즈 크루즈' 여행이 브렉시트를 앞둔 영국에서 또다시 성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식료품과 생필품 부문의 사재기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영국에서 소비되는 음식의 약 3분의 1은 EU지역에서 수입되기 때문에 브렉시트의 여파는 음식 가격에 직결된다.
특히 소고기, 체더치즈, 토마토 등 주식자재에 대해서는 약 90억 파운드(약 13조원) 규모의 '식료품 가격 쇼크'가 닥쳐올 것으로 예상되면서 소매업자 등이 대비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프랑스 여론조사 전문기업 칸타르에 따르면 영국인 10명 중 1명이 브렉시트를 앞두고 식료품을 비축해놓고 있으며, 나머지 중 9명 중 약 26%도 사재기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통조림 음식 외에도 화장지나 의약품, 세면도구와 같은 생필품을 미리 사놓겠다고 답했으며, 17%는 주류를 미리 구매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당국은 이번 주 내로 식자재와 의류를 포함한 5천200여 상품에 대한 수입세 및 관세 경감 대책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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