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 켈리·매티스 사임 후 입지 강화…NSC 조율 거의 없어"

입력 2019-03-06 01:57
"볼턴, 켈리·매티스 사임 후 입지 강화…NSC 조율 거의 없어"

WP 보도…"일부 각료, 대통령 직접 접촉 모색·폼페이오가 가장 성공적"

회의도 거의 안해 전임과 딴판…공직 경험 적은 '이념적 소울메이트' 충원도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대북외교 전면에 재등장한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핵심 참모들의 사임 속에 입지를 강화했으며 NSC 차원의 부처 간 정책 조율을 거의 하지 않고 있다고 미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WP는 4일(현지시간) '볼턴이 트럼프의 NSC에 두드러진 도장을 찍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로 지난해 4월 허버트 맥매스터의 후임으로 취임한 볼턴 보좌관이 백악관 내에서 강력한 입지를 확보하게 된 과정과 업무 스타일을 자세하게 소개했다.

WP에 따르면 볼턴 보좌관은 동맹과의 협력을 강조하며 자신과 자주 충돌하던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힘이 세졌다.

특히 매티스 전 장관은 사임하면서 볼턴 보좌관에게 부처 간 이견을 조율하기 위한 회의를 거의 하지 않아 정책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비판하는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맥매스터 전 보좌관 때는 회의가 너무 많아 불평했던 매티스 전 장관은 미국이 러시아와의 중거리핵전력(INF) 조약을 파기할 때 NSC 차원의 상임위원회가 한 번도 열리지 않아 화를 냈다.

WP는 10여명의 전·현직 당국자들을 취재한 결과를 토대로 볼턴이 국가안보보좌관의 역할을 부처 내 의견을 대통령에게 충분히 전달하는 쪽에서 대통령이 청취해야 할 의견이 무엇인지를 결정하는 쪽으로 재정의했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트럼프 대통령이 긴 보고서를 읽거나 전문가들과 상의하는 것을 내키지 않아 하면서 볼턴 보좌관이 어마어마한 힘을 갖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문제에서는 볼턴 보좌관의 조언을 받아들이지 않았으나 이란이나 러시아, 베네수엘라, 쿠바 등과의 외교 사안 및 유엔과의 협력을 끊는 문제에서는 볼턴 보좌관의 오랜 신념이 상당 부분 관철됐다고 WP는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종종 볼턴 보좌관의 입장이 '미국 우선주의'와 맞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했으며 북한이나 중동 문제에 대해 볼턴 보좌관이 공개발언을 하면 질책하기도 했으나 그의 교체를 검토하는 상황은 아니라고 WP는 전했다.



매티스 전 장관의 지적대로 볼턴 보좌관 취임 후로는 국방장관과 국무장관, 재무장관, 법무장관 등의 참석 하에 외교정책을 논의하는 NSC 상임위원회가 거의 없었고 부처 간 정책적 이견에 대한 조율 과정도 거의 없었다.

볼턴 보좌관이 제대로 부처의 의견을 대통령에게 전달하는지 알 수 없었던 일부 각료들은 대통령과의 직접 '접선'을 모색했고 가장 성공적이었던 인물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었다.

볼턴 보좌관과 폼페이오 장관, 패트릭 섀너핸 국방장관 대행이 매주 조찬을 함께 하고 있으나 논의 내용이 정부 부처 내에서는 공유되지 않고 있다.

WP는 NSC 전·현직 당국자들과의 인터뷰를 토대로 볼턴의 업무 및 인사 스타일도 상세하게 전했다.

볼턴은 취임 초에는 NSC 직원들에게 듣는 입장에 서겠다고 밝혔으나 대통령보다 몇 시간 일찍 출근해 사무실 문을 닫고 정보보고서나 언론 보도를 탐독하는 데 열중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호출하면 대통령 집무실로 뛰어가는 모습이 종종 목격됐다.

이 때문에 북한이나 중국, 이란 등 볼턴 보좌관이 관심을 가진 분야의 부서를 제외하고는 거의 직원들은 볼턴 보좌관과 논의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 전체 직원을 불러 회의를 자주 하던 전임자 맥매스터와는 딴판이었다.

전직 당국자는 "인간적으로는 좋은 사람이지만 완전히 다른 리더십 스타일을 지녔다"고 평가했다.

NSC 내 인사에도 상당한 변화가 있었다. 각 부처에서 파견된 직업 공무원들이 비정치 분야의 업무를 1∼2년간 맡게 됐고 그 이후로도 일을 주지 않거나 하는 등의 상황이 이어졌다.

부처에서 파견된 공무원 자리에 고위 공직 경험이 거의 없는 '이념적 소울메이트'를 채워 넣기도 했다. 중동과 북아프리카 담당 파트는 타격이 심해 전임 오바마 행정부 때 18명에 달하던 규모가 3분의 1로 줄어들었다.

볼턴 보좌관의 롤모델은 제럴드 포드 및 조지 H.W. 부시 대통령 시절의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대통령에게 다양한 의견을 전달하고 여야 할 것 없이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았던 브렌트 스코크로프트지만 정작 행보는 그 반대라는 평가가 많다고 WP는 전했다.



na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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