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양도 지상 못지않게 열파에 시달려"

입력 2019-03-05 17:06
"대양도 지상 못지않게 열파에 시달려"

해양 열파 빈도·강도 모두 세지며 생태계 파괴돼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인간이 느끼지는 못했지만 대양도 그동안 치명적 열파에 시달리며 생태계가 심각히 파괴돼 왔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5일 AFP통신에 따르면 영국 해양생물협회(MBA) 댄 스메일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과학저널 '네이처 기후변화(Nature Climate Change)' 최신호에 실린 논문에서 "세계적으로 해양 열파가 더 자주 발생하고 장기화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대양분지에서 지난 10년 사이에 열파 기록이 깨졌다"고 밝혔다.

스메일 박사는 20세기 중반이후 해양 열파가 발생한 날이 50% 이상 늘어났다면서 "지상의 열파가 작물과 숲을 파괴하고 동물에게 피해를 주듯이 해양 열파도 해양 생태계를 파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2011년 호주 서부 인근에서는 10주간 이어진 해양 열파가 전체 생태계를 무너뜨렸으며, 한류성 어종은 찬바다를 찾아 영원히 떠난 것으로 나타났다.

인근의 해초 목초지와 다시마 숲이 파괴되면서 이곳에서 살던 물고기와 전복 등도 사라졌으며, 얕은 바다의 산호는 열파의 대표적인 피해종으로 거론되고 있다. 인류가 지구기온 상승을 1.5도로 억제한다고 해도 산호의 90% 가까이가 죽을 것으로 예상돼 있다.

캘리포니아 연안을 덮친 해양 열파는 수온을 6도 이상 올려 1년 넘게 지속했다. 이로 인해 독성 녹조가 번지고 크랩 어장이 폐쇄됐으며 바다사자와 고래, 바닷새의 죽음도 초래됐다.

연구팀은 해양 열파가 잦아지고 강도가 세지면서 어획량이 줄어들고, 지구온난화를 가속함으로써 인간에게도 직접적인 피해를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스메일 박사는 "인간이 소비하는 물고기와 갑각류 등이 지역적으로 완전히 사라질 수도 있으며, 해초와 맹그로브 등이 극단적인 기온으로 타격받아 저장하고 있던 탄소를 방출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 19개 연구센터가 참여한 연구팀은 대양에 미치는 열파의 영향을 모두 파악하기 위해 1천곳이 넘는 해역을 현장조사하며 해양 생물과 생태계의 상황을 살폈다.

연구팀은 열파가 5일 이상 지속하는 상황을 해양 열파로 규정했으며, 특정 지역의 해수온도가 5~10% 높은 것을 "극단적 고온"으로 정했다.

스메일 박사는 "우리 연구는 해수면 온도에만 의존했지만 해양 열파는 수백미터 깊이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양은 지구온난화로 초래된 열의 90% 이상을 흡수하고 있으며, 이런 완충작용이 없으면 대기 기온은 급격히 치솟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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