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과이도는 왜 체포 안됐나…협상 국면 전개될까
일부 분석가 "양측, 협상 고려할 수도"
"군부 균열 통한 정권 붕괴 비현실성 인지해야할 시점" 전망도
(서울=연합뉴스) 이동경 기자 =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의 퇴진 운동을 벌이는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이 법원의 출국금지 명령을 어기고 해외 순방에 나섰으나 체포되지 않고 입국함으로써 양측간 협상 등 새 국면이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과이도는 지난달 은밀하게 출국,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 남미 5개국을 돌며 지지를 확인한 뒤 파나마에서 항공기를 타고 4일(현지시간) 수도 카라카스의 시몬볼리바르 국제공항을 통해 당당하게 입국했다.
베네수엘라의 주요 관문으로 그가 입국하는 현장에 치안군은 거의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지지자들은 "그래 우리는 할 수 있어!"라는 구호를 외치며 환영했다.
그는 지지 세력들과 취재진에 둘러싸여 공항을 유유자적하게 빠져나갔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미국 스탠퍼드대학의 중남미 전문가인 해럴드 트린쿠나스는 "과이도가 '정문'으로 당당히 들어오면서 그를 가두려고 한 마두로에 정면으로 도전했다"며 "마두로는 그러한 도전에 응하지 않음으로써 다소 약해진 것처럼 보이게 한다"고 말했다.
또 과이도가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고 입국한 것은 군부 내에서 마두로에 대한 지지가 시들해지고 있다는 것을 암시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트린쿠나스는 "최근 몇 주간 마두로 정권이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은 명백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지난 1월23일 과이도가 미국 등 서방의 지지를 등에 업고 임시 대통령을 선언했을 때 며칠 안에 마두로 정권이 붕괴할 것이라고 믿었던 지지자들의 바람은 6주가 지난 현재도 이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가디언은 분석했다.
과이도를 포함한 미국 등 서방은 마두로가 재선에 성공한 대통령선거가 불법적이라면서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그는 여전히 건재하고, 과이도는 대중의 지지와 상관없이 실제로 누리는 권력은 미미하다는 것이다.
마두로 정부에서 외교차관을 지냈던 테미르 포라스는 과이도와 그의 지지자들이 군부의 이탈로 마두로 정권이 신속히 붕괴할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이제 그러한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포라스는 "베네수엘라군은 하나의 결속된 기관이다. 만약 (정부와 야권) 양쪽의 화력을 다 지녔다면 완벽한 재앙의 칵테일이 됐을 것이고 모든 것이 엉망이 됐을 것"이라며 "군이 균열해 비극적인 내전으로 가는 상황은 얼마나 끔찍한가"라고 했다.
이 때문에 그러한 시나리오를 피하려면 마두로 정권과 야권이 협상을 통한 타결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포라스는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AP통신은 양측이 교착상태를 풀어나가기 위한 협상을 고려하고 있을 수 있다고 일부 전문가들의 전망을 인용해 보도했다.
베네수엘라의 정치경제학자이자 통계학자이면서 최대 여론조사기관인 다타날리시스를 운영하는 비센테 레온은 과이도가 입국한 뒤 최소한 아직 연행되지 않았다는 것은 협상의 시작을 암시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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