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약속도 취소"…사상 최악 미세먼지에 '집으로 직행'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김주환 정래원 기자 = 사상 최악의 초고농도 미세먼지가 하늘을 집어삼킨 5일, 종일 숨 막히는 공기에 시달린 시민들은 잡혀 있던 약속도 취소하고 한시바삐 집으로 직행했다.
이날 오후 3시 현재 서울의 초미세먼지(PM2.5) 1시간 평균 농도는 130㎍/㎥로 '매우 나쁨' 기준선(75㎍/㎥)을 큰 폭으로 웃돌고 있다. 이 시각 현재 일평균 미세먼지 농도(145㎍/㎥)는 2015년 관측을 시작한 이래 최악 수준이다.
서울 동작구 직장에 다니는 이 모(36) 씨는 "평소 업무를 마치고 1시간 정도 요가를 하는데 오늘은 종일 청소기 먼지통 속을 걷는 기분이라 운동을 건너뛰고 즉시 집에 가기로 했다"며 "운동하는 곳에 공기청정기가 있긴 있지만 오늘 같은 날은 운동이 건강에 도움이 되지도 않을 것 같아 전혀 고민도 안 된다"고 인상을 찌푸렸다.
직장인 김 모(33) 씨는 "모처럼 분위기를 내려고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을 예약했는데 미세먼지를 뚫고 도심을 걸어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막막해져서 그냥 집에서 데이트하기로 했다"며 "짜장면을 시켜 먹기로 했는데 괜히 중국집 배달원에게도 죄송하게 됐다"며 씁쓸해했다.
미세먼지 탓인지 대학가도 개강 분위기를 느끼기 쉽지 않았다.
대학생 김 모(23) 씨는 "평소 개강 첫 주는 과제나 공부 부담이 적으니 수업이 끝나고 동기들과 맥주를 마시면서 놀았는데 올봄에는 그러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다"며 "캠퍼스도 칙칙하고 을씨년스러운 느낌이고 개강을 했지만 설레는 느낌이 없고 벌써 지치는 것 같다"고 불평했다.
대학교 3학년생인 박 모(21) 씨는 "오늘은 수업이 일찍 끝나 저녁까지 학교에 남아 있다가 친구들을 만날 생각이었다"며 "그런데 마스크를 쓰고 돌아다니는 것도 답답하고, 계속 밖에 있으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일찍 집에 가고 있다"며 바삐 걸음을 옮겼다.
종로구 광장시장 근처에서 가판대를 운영하는 박 모(83) 씨는 "미세먼지 때문에 평소보다 손님이 절반 정도로 줄었다. 점심시간에도 지나다니는 사람이 뜸했다"며 "평소에는 열어 두던 가판대 창문도 닫고 일하고 있다. 빨리 먼지가 걷히면 좋겠다"고 탄했다.
이런 날 '회식'을 강행하는 직장상사에 대한 불만도 나왔다.
서울 종로구의 한 직장에 다니는 오 모(37) 씨는 "빨리 집에 가서 씻고 싶고 똑같이 고생했을 아이도 돌봐야 하는데 굳이 이런 날 회식을 왜 강행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회식 장소까지 10분은 걸어야 하는데 오늘 같은 날은 그것조차도 너무 찝찝하다. 먼지 제일 많은 날에 고기까지 구워 미세먼지를 더 유발하게 생겼다"며 눈을 흘겼다.
제주도까지 삼킨 최악 미세먼지 언제까지? / 연합뉴스 (Yonhap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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