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치타' 청상아리 피부 비늘서 캐낸 속도의 비밀
항공기 항력 줄이는 디자인 기대…美육군·보잉 연구지원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청상아리는 상어 중에서도 가장 빨라 '바다의 치타'라는 별명을 갖고있다. 물속에서 움직임 속도가 시속 70~80마일(112~128㎞)에 달한다.
미국 과학자들이 이런 빠른 몸놀림의 비밀을 그 피부에서 찾아냈다.
5일 미국물리학회(APS)에 따르면 앨라배마대학 항공공학 과학자 에이미 랭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이 수로 터널에서 청상아리의 옆구리에서 떼어낸 피부로 실험한 결과, 피부에 돋아있는 약 0.2㎜의 작은 비늘이 유속 저항력을 높이는 '유동박리(流動剝離·flow separation)' 현상을 현저히 줄이는 것을 확인했다.
이 비늘은 청상아리의 온몸 덮은 투명한 작은 이빨 같으며, 아가미 뒤 옆구리 부분이 가장 잘 발달해 있다.
이 비늘은 역방향에서 최대 40도까지 세울 수 있다. 이 비늘 때문에 청상아리를 머리에서 꼬리 방향으로는 만질 때는 매끈하지만 반대 방향으로는 사포를 만지는 것처럼 거칠게 느껴진다. 이때 손바닥으로 느끼는 저항력은 물의 흐름에 대한 저항력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랭 박사는 이에 대해 "비늘은 피부 근처에서 역방향 흐름이 생기지 않게 해주며, 이런 작용이 없으면 저항력을 높이는 이른바 유동박리 현상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유동박리 현상은 항공기에 항력(抗力·drag)이 생기게 하는 주요 요인으로 비행기 속도를 높이고 연료효율을 높이기 위해 유동박리 현상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골프공에 옴폭 들어간 곳(딤플)이 있는 것도 이런 유동박리 현상에 따른 공 주변의 후류(wake)를 줄이기 위한 것이다.
랭 박사는 "딤플이 있는 골프공을 치면 매끈한 공보다 30%가량 더 멀리 날아간다"면서 청상아리 피부의 비늘도 유동박리 현상을 차단해 저항력을 줄임으로써 물속에서 빠르게 움직일 수 있게 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디지털 영상유속계를 이용해 매끈한 표면에서 유발된 유동박리의 양을 잰 뒤 이를 청상아리 옆구리 피부로 바꿔 같은 방식으로 측정해 비교했다. 그 결과, 청상아리 피부에서는 유동박리 현상이 일어나는 곳이 현저히 줄어드는 것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보잉과 미국 육군의 연구비지원을 받아 이뤄졌으며, 비행기나 헬리콥터 등의 항력을 줄이는 새로운 디자인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랭 박사는 이번 연구결과를 4일 보스턴에서 열린 APS 3월 회의에서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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