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현 "북미회담, 의도된 결렬…'재수없는 사람' 볼턴이 악역"(종합)

입력 2019-03-05 16:12
정세현 "북미회담, 의도된 결렬…'재수없는 사람' 볼턴이 악역"(종합)

"볼턴 보면 양심의 가책 없이 인디언 죽이는 백인 기병대장 생각나"

'영변 외 핵시설' 두고 "美, 별것도 아닌 걸로 北에 자백하라는 식"



(서울=연합뉴스) 차지연 김여솔 기자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5일 2차 북미정상회담 결과를 '의도된 결렬'로 평가하며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이런 결과를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정 전 장관은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이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한 전문가 초청 간담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첫날 만남 후) 기자들에게 '둘이서 한 얘기를 문서로 만들면 돈 내고 보고 싶을 것'이라고 말했는데 (이는 합의가) 다 됐다는 얘기"라며 북미가 사실상 합의에 이른 상태였으나 갑작스럽게 분위기가 바뀐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분위기 반전의 배경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의혹과 관련한) 마이클 코언 청문회가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바람에 트럼프 대통령이 업셋(upset)된 것"이라고 설명하고, 회담 둘째 날 확대정상회담에 볼턴 보좌관이 배석한 것이 회담 결렬의 '신호'였다고 분석했다.

그는 "확대정상회담으로 넘어가는 장면을 보니 난데없이 볼턴이 앉아있었다. (볼턴은)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매우 재수 없는 사람"이라며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만들어낸 것(합의)인데 자신들이 만들고 깨는 식으로 할 수 없으니 볼턴에게 악역을 맡긴 것"이라고 했다.

그는 "(미국이) 볼턴을 시켜 문턱을 높이니, 북한도 제재 해제를 세게 해달라고 했을 것"이라며 "서로 문턱을 올리다가 거기서 더이상 못 나간 것이다. 밤사이에 이뤄진 의도된 노딜, 결렬이었다"고 해석했다.

정 전 장관은 볼턴 보좌관에 대해 "저는 그 사람을 보면 인디언 영화에 나오는 백인 기병대 대장, 인디언을 죽이면서도 조금도 양심의 가책 없이 자기가 잘했다고 하고 정당화하는 서부영화의 백인 기병대 대장이 생각난다"며 맹비난을 퍼붓기도 했다.

정 전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영변 외 핵시설'에 대해 "연료를 만들기 위해 저농축 하는 것도 고농축으로 우기는 것이 아닌가 (싶다)"라며 "개수가 많다는 것으로 홀려서 (김 위원장에 대해) '나쁜 놈 이미지'를 각인하려는 계산"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해당 시설을 언급하자 김 위원장이 놀랐다는 말에 대해서는 "별것도 아닌 걸 가지고 자백하라는 식으로 하면,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과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거쳐 정상에게 보고된 것은 뭐란 말인가 하는 표정을 김 위원장이 지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들통났구나' 해서 놀란 게 아니라 '말도 안 되는 것 가지고…' 이런 것 아니었겠느냐"고 추측했다.

그는 이런 해석을 바탕으로 볼 때 북미가 곧 다시 협상을 재개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자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회담 결렬 후 김 위원장이 환하게 웃으며 트럼프 대통령과 인사하는 사진이 공개된 것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엔 미안하다. 66시간이나 (열차를) 타고 와서 27일 저녁까진 내가 해주려고 했는데 워싱턴 사정 때문에 미뤄놓자, 며칠 있다 또 만나자,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한 게 아니면 (김 위원장이) 그렇게 환한 표정을 지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우리나라) 특사까지 (북한으로) 갈 것은 없고, 지난해 5월 26일처럼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판문점에서 '원포인트 미팅'을 하는 방법이 있다"며 "문 대통령이 북미 간 나눈 대화에 대한 설명을 듣고 절충하고 조율해야 한다. 남북, 한미, 북미정상회담 순서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남북관계에 대해 "경제의 힘으로 북쪽 코를 꿰야 한다. 서독도 20년간 580억 달러를 현금과 현물로 지원하는 과정에서 동독 민심이 서쪽으로 넘어왔고, 넘어온 민심이 마지막으로 베를린장벽을 무너뜨린 힘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6·25 때 미국이 우리한테 먹을 것, 입을 것을 줬다. 미국이 보낸 밀가루와 옥수수, 분유, 쌀을 먹고 굶어 죽을 뻔했던 사람들이 목숨을 유지했기 때문에 얼마나 고마웠겠나. 이승만보다 더 고마운 게 미국의 대통령들이었다"며 "먹을 것 때문에 미국을 좋아하는 그 원리가 앞으로 남북관계에서도 불변의 진리"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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