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기념일로 살핀 세계 역사…한국 독립운동과 비교
터키 출신 한국인 알파고 시나씨 '세계 독립의 역사' 펴내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 "구한말부터 시작된 태극기 제작, 한국 민족 기원의 연구, 동학 운동, 대종교의 개천절 창시 등 민족의식을 심어주는 작업들이 뱃속에 태아를 만들고, 그 태아는 1919년 3월 1일에 태어나 독립을 향해 나아가는 신생아가 되었다. 그래서 나는 1919년 3월 1일을 '근현대적인 한국 민족의식의 생일'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터키 쿠르드족 출신 언론인 알파고 시나씨(31) 씨가 규정한 3.1 독립운동의 의미가 뭉클한 감흥과 함께 긴 여운을 남긴다. 2004년에 한국 땅을 처음 밟은 알파고 씨는 이후 15년 동안 이곳에 살며 한국의 역사와 현실을 온 몸으로 체험하고 연구했다. 지난해에는 한국 국적을 얻어 더욱 깊은 애정을 갖고 한국 알기에 몰두하고 있다. 3.1 운동에 대한 그의 이색적 시각은 이렇게 이어진다.
"한국 사람들은 삼일절을 통해 기억하고자 하는 것이 많다. 그중에서 가장 큰 의미는 3.1 운동을 통해 민족의식이 한국인들 마음에 새겨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면에서 볼 때 삼일절은 프랑스 혁명 기념일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비정상회담', '어서 와, 한국은 처음이지?' 등의 방송 프로그램과 저서 '누구를 기억할 것인가'를 통해 '최고의 한국 역사 가이드'라는 찬사를 받는 알파고 씨가 이번에는 한국의 독립운동과 세계의 독립운동을 비교·분석한 책을 출간해 주목받고 있다.
3.1 운동 100주년에 맞춰 펴낸 알파고 씨의 두 번째 저서는 '세계 독립의 역사'. 한국과 세계 10개국의 독립 이야기를 다룬 이 책은 저자가 한국에 와서 공부한 정치외교학의 배경지식과 외신기자로 활동하며 얻은 정보를 토대로 새롭게 편찬했다.
알파고 씨가 새 저서를 내놓으며 밝힌 소회는 남다르다. '100'이라는 숫자는 중동뿐 아니라 세계 어디서나 뜻깊은 숫자로 여겨지는데, 한국의 5대 국경일 중 하나인 삼일절이 100주년을 맞은 해여서 더욱 그렇다며 이같이 말한다.
"나에게 2019년 삼일절은 또 다른 의미가 있다. 2018년에 한국 국적을 취득하고 '한국 시민'으로 맞이하는 첫 삼일절이기 때문이다."
알파고 씨는 "나 스스로에게 그리고 한국인들에게, 더 나아가 한국 역사에 관심이 있는 외국인들에게 유의미한 작업을 해보고 싶었다"며 "그 욕구를 좇아 한국에 와서 공부했던 정치외교학의 배경지식과 졸업 후 외신기자로 활동하며 얻은 정보를 토대로 100주년을 맞이하는 삼일절을 색다른 방법으로 접근했다"고 들려준다.
이스탄불 기술대학교에 입학했지만 부처와 공자의 가르침을 따르는 동양에서 공부하고 싶어 2004년 한국에 온 그는 충남대에서 정치학을 전공한 뒤 터키의 5.27쿠데타(1960년)와 한국의 5.16쿠데타(1961년)를 비교 연구한 논문으로 서울대 대학원에서 외교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리고 2010년부터는 한국과 아시아 곳곳에서 외신기자로 활동했다. 현재는 '아시아엔(AsiaN)'의편집장으로 일하며 역사 프로그램은 물론 코미디 공연에도 출연 중이다.
저자는 이번 저서에서 영국, 프랑스, 미국, 멕시코, 조지아, 필리핀, 터키, 알제리, 인도네시아, 나미비아 10개국 독립운동 이야기를 다루되 이를 한국의 독립운동과 비교해가며 제3자적 시각에서 그 의미를 들여다봤다. 인사이더인 동시에 아웃사이더라는 균형 잡힌 시각으로 바라본 세상이어서 그의 통찰이 더욱 새롭게 다가온다.
예컨대, 멕시코 독립기념일(9월 16일)은 독립선언이 곧바로 독립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한국의 3.1 독립기념일과 상당히 닮았다. 독립선언 후 그 정신을 이어받은 독립운동가들이 지속적으로 독립활동을 펼치되 그 중심에는 종교가 있었다. 멕시코 독립운동 중심이 천주교 신부들이었다면 한국 독립운동의 그것은 동학, 천도교, 대종교 등 민족종교 지도자들이었다.
오준 경희대 교수(세이브더칠드런 이사장)는 이 책 추천의 글에서 "세계 각지 국가들의 독립 과정을 한국의 경우와 주제별로 비교·분석한 것은 알파고 같은 다양한 연구와 경험의 보유자가 아니면 불가능한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제3자의 시각에서 우리가 보기 어려운 것들을 이야기해주고 있어 새롭고 신기함에 역사의 눈을 다시 뜨게 된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초록비책공방 펴냄. 248쪽. 1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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