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박물관, '절취 논란' 에티오피아 황제 머리카락 반환 결정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영국 국립육군박물관이 150년전 망국의 위기에 직면해 자결한 에티오피아 황제 테우드로스 2세의 머리카락 한 타래를 반환키로 했다.
4일 BBC방송에 따르면 박물관측은 에티오피아 정부의 반환 요구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했으며 수일내로 그 절차를 논의할 예정이다.
문제의 머리카락은 1868년 영국군이 침공하자 포로가 되기 보다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 쪽을 선택한 테우드로스 황제의 시신에서 절취한 것으로, 60년전부터 국립육군박물관이 소장하고 있었다.
당시 영국군은 각종 전적과 왕관, 십자가, 종교화, 왕실과 성직자의 의복, 병장기들을 무더기로 약탈한 바 있다. 역사학자들은 이들 유물을 나르는 데 15마리의 코끼리와 200마리의 노새가 동원됐을 정도라고 전하고 있다.
유물과 함께 영국으로 끌려간 황제의 7살난 아들은 빅토리아 여왕의 총애 속에 현지에서 학교 교육을 받으며 성장했다. 하지만 18살 무렵에 늑막염으로 숨졌고 그의 유해는 윈저성에 안장돼 있다.
에피오피아 정부는 2008년 다수의 영국 박물관들에 약탈 유물의 반환을 공식으로 요청한 바 있다. 물론 황제의 머리카락과 아들의 유해도 반환 대상에 포함돼 있다.
국립육군박물관측은 그러나 다른 아프리카산 소장품들은 반환치 않겠다는 입장이다. 박물관 대변인은 BBC방송에 황제의 머리카락이 공식으로 반환을 요청받은 유일한 물품이라고 밝히면서 절차상으로 공식 요청이 접수돼야 한다는 점을 애써 강조했다.
에피오피아 외에 다른 몇몇 아프리카 국가들도 유럽 열강이 약탈한 유물을 돌려받기 위한 움직임을 취하고 있다.
수년전 베냉은 프랑스측에 약탈 유물의 반환을 공식 요청했고 이에 프랑스측은 식민지 시절에 약탈한 26점의 왕관과 조각들을 돌려주기로 했다.
한편 세네갈 정부는 프랑스측에 100여점의 유물을 반환할 것을 요청한 상태라고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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