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고르바초프 아냐, 레이캬비크-하노이 비교는 잘못"
오히려 워터게이트 궁지 닉슨-동서 데탕트 무산 상황과 유사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트럼프-김정은 간 하노이 정상회담과 지난 1986년 로널드 레이건-미하일 고르바초프 간 미소 정상회담을 비교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미 전문가가 하노이-레이캬비크 회담이 외관상 비슷한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 내용 면에서는 김정은을 당시 소련의 대변혁을 이끌고 있던 고르바초프와 비교할 수 없는 점등을 포함해 다수의 차이점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미 외교협회(CFR)의 로리 에스포시토 머레이 연구원은 3일 의회 전문매체 더힐 기고를 통해 굳이 역사적으로 유사한 전례를 찾는다면 하노이 회담은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 워터게이트 스캔들로 지도력에 타격을 입음으로써 어렵게 소련과 맺은 데탕트가 차질을 빚은 상황과 유사하다고 비교했다.
러시아와의 유착 등 스캔들에 휩싸인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합의를 이루더라도 의회와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획기적 진전이 아닐 경우 지도력 결여로 합의 이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레이캬비크 회담에서 레이건 대통령은 미국의 미사일 방어시스템에 대한 규제를 요구한 고르바초프의 태도에 반발, 회담장을 나가 회담이 결렬되면서 단기적으로 정치적 후유증을 겪어야 했으나 결국은 이것이 발판이 돼 나중 양국이 보유 핵무기의 80%를 제거하는 역사적인 군축협정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머레이 연구원은 워터게이트 스캔들에 따른 닉슨 당시 대통령의 국내 지도력 타격이 결과적으로 소련과 어렵게 합의한 데탕트가 무산된 것과 명백한 연관이 있다고 지적했다.
워터게이트 스캔들과 소련과의 데탕트가 거의 동시에 시작된 점에서 이는 트럼프-김정은 회담과 트럼프 대선 캠프의 러시아 유착 스캔들 조사의 경우와 유사하다고 그는 지적했다.
또 트럼프-김정은 간 싱가포르 1차 정상회담은 폴 매너포트 트럼프 캠프 대책본부장에 대한 당국의 기소에 뒤이어 이뤄졌고 하노이 회담은 트럼프 개인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의 청문회와 동시에 이뤄진 점에 주목했다.
1972년 당시 닉슨 대통령은 역사적인 모스크바 미소 정상회담을 통해 첫 전략무기감축 협정(SALT)을 체결하고 의기양양하게 귀국길에 올랐으나 2주 후 워싱턴포스트(WP)에 의해 워터게이트 스캔들이 촉발됐다.
닉슨의 지도력이 타격을 입으면서 2년 후 닉슨이 사임할 때까지 소련과의 데탕트 속행은 진전을 보지 못했다.
트럼프의 경우 하노이 외교가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그 결과에 대해 의회와 국민의 지지가 필요한 상황이었고 이런 측면에서 결렬은 의회와 국민을 설득하는 것보다 오히려 보다 쉬운 전략이었다고 머레이 연구원은 지적했다.
또 북한과의 합의를 보장하기 위한 조약형태의 체결과,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재정적 지원을 위해서는 의회의 초당적 지지가 필수적이나 스캔들에 따른 지도력 타격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앞으로 국내적으로 지도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나 비핵화를 위한 북한과의 정상회담은 레이건-고르바초프 레이캬비크 정상회담 전후와는 분명 다른 상황이라고 머레이 연구원은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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