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대란' 없었지만 학부모 불편 속출…개학연기 239곳 그쳐

입력 2019-03-04 16:02
수정 2019-03-04 16:11
'유치원 대란' 없었지만 학부모 불편 속출…개학연기 239곳 그쳐

부정 여론·정부 강경대응에 개학연기 철회 늘어…긴급돌봄체계 가동

개학 연기 유치원에 시정명령…교육당국, 한유총 설립허가 취소·공정위 고발

예상보다 참여율 크게 낮아…강경투쟁 동력 약화 불가피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이재영 이효석 기자 = '유치원 3법' 등에 반대하며 한국유치원총연합 회(한유총)가 4일 주도한 '개학 연기' 투쟁에 참여한 유치원이 예상보다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긴급돌봄체계를 가동해 개학이 연기된 유치원 원아들을 인근 초등학교 병설유치원 등에 분산 수용했다. 이에 따라 우려했던 '유치원 대란'은 없었지만, 학부모들은 곳곳에서 불편과 혼란을 겪었다.

개학 연기 유치원이 당초 한유총이 주장한 규모에 크게 못 미치면서 한유총이 개학 연기 투쟁을 오랫동안 고수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가 시·도교육청을 통해 개학 연기 유치원을 현장 조사한 결과 이날 정오 현재 239곳이 개학을 연기했다.

이는 전체 사립유치원 3천875곳 기준으로 6.2% 수준이다. 개학을 연기한 유치원 중 92.5%가 자체돌봄교실을 운영하면서 아예 문을 닫은 유치원은 18곳에 그쳤다.

교육부는 전날 오후 11시 기준으로 365곳이 개학을 연기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부정적인 여론과 정부의 강경 대응을 부담스러워한 유치원들이 밤사이 속속 개학 연기를 철회하면서 실제 참여율은 높지 않았다.



정부는 긴급돌봄체계를 가동해 개학연기 유치원 원아 중 277명을 국공립유치원에 배치하고 아이돌봄서비스에 31명을 연계했다. 정부는 개학연기 상황이 종료될 때까지 계속 긴급돌봄서비스를 운영하기로 할 방침이다.

정부는 동시에 개학을 연기한 유치원에 대한 제재에 들어갔다. 현장 방문조사 결과 개학을 연기한 것으로 확인된 유치원에는 시정명령을 내렸다. 자체돌봄을 제공한 유치원에도 학사과정을 변칙 운영한 책임을 물어 역시 시정명령이 내려졌다.

교육부는 5일도 문을 열지 않는 유치원은 바로 형사고발 조치할 방침이다. 또 한유총의 무기한 개학 연기가 공정거래법상 금지된 사업자 단체의 불법단체 행동이라고 보고 이날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서울교육청은 한유총의 사단법인 허가를 취소하기로 하고 5일 한유총에 이를 공식 통보할 예정이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교육자의 본분으로 돌아와 당장이라도 정상적인 교육과정 운영을 부탁한다"면서 국회에도 '유치원 3법'의 신속한 처리를 촉구했다.



큰 혼란은 없었지만, 학부모들의 불편과 혼란은 계속됐다.

부산에서는 개원을 연기하겠다고 밝혔던 유치원들이 상당수 문을 열었지만, 교과과정이나 급식제공 여부 등에 대해서는 응답을 회피해 학부모들이 혼란을 겪었다. 또 자체돌봄서비스를 운영하면서도 통학 차량은 제공하지 않아 학부모들이 직접 자녀를 데리고 등·하원을 함께 해야 했다. 이 때문에 일부 교육청에는 불편 신고가 쇄도했다.

돌봄시설은 제공됐지만 낯선 환경에 아이가 잘 적응할 수 있을까 우려하는 학부모들도 있었다.

경북 포항에서는 한유총에 항의하는 학부모들의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한유총은 전국에서 1천533개 유치원이 개학 연기에 참여할 것이라는 주장과는 달리 실제 참여 유치원 수가 적은 데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그러나 개학 연기 유치원이 당초 주장했던 수준의 15% 정도에 그치면서 한유총이 지금처럼 강경 일변도 전략을 고수하기에는 동력 약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유총은 국가관리회계시스템(에듀파인) 도입 등을 골자로 하는 '유치원 3법'(사립학교법·유아교육법·학교급식법 개정안)과 폐원 시 학부모 ⅔ 이상 동의를 받도록 의무화한 유아교육법 시행령 개정안 등에 반대해 개학 연기를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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