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원 "뻐꾸기 새끼 키우는 오목눈이 마음 궁금했어요"

입력 2019-03-04 15:52
이순원 "뻐꾸기 새끼 키우는 오목눈이 마음 궁금했어요"

장편 우화 '오목눈이의 사랑' 출간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뻐꾸기 새끼를 키우는 오목눈이는 어떤 마음일까 궁금했습니다. 노여움, 원망, 그리움… 우리가 모를, 키우는 동안에 생긴 정이 있지 않았을까요."

한국문학의 서정성을 대표하는 이순원 작가는 4일 서울 광화문 달개비 콘퍼런스하우스에서 열린 신작 장편소설 '오목눈이의 사랑' 출간간담회에서 이번 소설을 쓰게 된 배경을 이같이 설명했다.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 오목눈이(뱁새)의 눈물겨운 모정과 모험을 작가 특유의 감성적인 문장을 담아냈다.

주인공인 오목눈이 '육분이'는 벌써 두 번이나 뻐꾸기에게 속아 뻐꾸기 새끼를 키워냈다.

또다시 찾아온 여름에도 육분이는 제 몸집 열배에 달하는 새끼 '앵두'를 천신만고 끝에 키워내지만, '앵두'는 뻐꾸기 울음소리를 내며 같은 뻐꾸기들을 따라 멀리 떠나가 버린다.

육분이는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날아가 버린 '앵두'를 원망하면서도 그리움에 못 이겨 한다.

자신을 탓하면서도 오히려 우주의 질서로 자리매김한 자신의 운명인 것은 아니었는지 물으며, 육분이는 '앵두'를 만나기 위해 아프리카로 향한다.

이 작가는 "강릉에 있는 할아버지 산소에서 뻐꾸기 소리를 듣고 이번 소설에 착안했다"며 "뻐꾸기는 아프리카에서 1만4천㎞를 날아오는데, 그 뻐꾸기를 키워준 오목눈이가 새끼를 찾아 아프리카로 날아가는 이야기를 써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대관령 인근에서 자란 이 작가에게 자연은 마치 친구와도 같다. 뻐꾸기 소리도 늘 들으며 친숙히 여기고, 그런 추억이 이 작품을 쓸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됐다.

자기 새끼를 키우기 위해 오목눈이를 이용하는 뻐꾸기 습성은 일견 잔인하고 비정해 보이지만 작가는 "그것을 단순히 '억지로 만들어진 모성'이라고 볼 수 있을까"하고 묻는다.

"뻐꾸기 키우는 것이 너무 힘들어 오목눈이가 죽을 때도 있어요. 그렇게 키우면서 우리는 모를 뻐꾸기와 어미새 간의 정이 생기지 않았을까요. 뻐꾸기가 아프리카에서 다시 돌아오는 것도 자신을 키워준 오목눈이의 모습을 기억해서라고 합니다. 뻐꾸기가 오목눈이를 기억한다면, 키우는 오목눈이 역시 뻐꾸기에 대해 사랑스럽다는, 다 큰 아이가 장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까요."

작가는 육분이 외에도 생명과 삶에 대한 깊은 고민 끝에 살아있는 벌레는 잡아먹지 않고 짝짓기도 하지 않는 '철학하는 오목눈이' 등을 등장시켜 우리 삶이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되묻게 한다.

비교와 경쟁의 선상에서 외적인 기준만 좇기 바빴던 우리는 육분이의 날갯짓에서 삶을 지속해나가는 속도와 방향을 읽고 한 걸음씩 나아갈 수 있다.

"문제는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야. 빠른 것이 모든 것을 다 해결하지는 않아. 어디로 갈지, 지금 내가 어디에 있는지 정확한 위치와 방향을 아는 게 중요하지."(33쪽)

"어떤 목숨붙이도 자기가 태어날 자리를 자기가 결정할 수 없다네. 우리 스스로가 있을 자리를 결정해서 태어나는 게 아니니까"(64쪽)

작가는 '작가의 말'에 이 책을 이 세상 모든 생명의 어머니께 바친다고 적었다.

"새나 사람이나 한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아마 생각도 그럴 것이다. 내가 본 것은 그 안에 깃들어져 있는 자연의 지극한 모성이다. 자연이 어머니고, 어머니가 자연이다. 이 책을 이 세상 모든 생명의 어머니께 바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번 소설은 애니메이션·게임 전문 제작사인 '드림리퍼블릭'에서 제작을 맡아 애니메이션 영화로도 선보일 예정이다.

이순원은 1985년 단편소설 '소'로 등단한 후 21편 장편과 소설집 12권을 펴내며 동인문학상, 현대문학상, 이효석문학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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