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닝썬 마약수사 속도…'경찰 유착의혹' 순항 중 장애물

입력 2019-03-04 15:43
수정 2019-03-04 15:45
버닝썬 마약수사 속도…'경찰 유착의혹' 순항 중 장애물

경찰, 마약류 투약·유통 10여명 입건…유통경로 추적 박차

"유착의혹 전반적 내용 확인"…금품전달책 진술 번복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서울 강남의 유명 클럽 '버닝썬'의 마약 투약·유통 의혹과 관련해 경찰이 클럽 관계자 등 10여명을 입건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반면 경찰 유착 의혹은 핵심 피의자가 진술을 번복함에 따라 수사가 난관에 봉착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4일 경찰에 따르면 이번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마약수사계는 이문호 버닝썬 대표를 비롯해 10여명을 마약류 투약·유통 등의 혐의로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앞서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버닝썬 직원 조모씨를 구속해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으며 마약류 유통 경로 파악을 위해 클럽 전반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현재까지 마약 입건자 가운데 클럽 관계자는 6∼7명, 대마초를 했다고 추정되는 클럽 내 손님은 3∼4명 선이다.

경찰은 이들이 버닝썬만 출입한 것은 아니고 다른 클럽이나 제3의 장소에서 마약을 투약하거나 유통했을 가능성도 있다며 유통 경로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다만 경찰 관계자는 버닝썬 운영진이 마약 유통에 조직적으로 개입했는지에 대해 "조직적으로 했는지, 개별적으로 했는지 수사로 (더 확인해) 봐야 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또 경찰은 버닝썬 내에서 촬영된 것으로 추정되는 유사성행위 동영상과 관련해서도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동영상 관련 부분을 수사하는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클럽 관계자들을 소환하고 동영상 게시자를 특정하기 위한 압수수색 영장도 집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해당 동영상이 처음 게시된 것으로 추정되는 해외 음란물 사이트에 대해 외국 수사기관과 공조수사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이날 원경환 서울지방경찰청장은 기자간담회에서 "마약과 동영상 수사하는 데 일부 성과가 나오는 상황"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경찰 관계자는 또 "유착 의혹과 관련해서도 전반적인 내용은 확인이 됐다"며 "미성년자 출입사건을 재조사하면서 상당히 의미 있는 진전이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버닝썬의 미성년자 출입사건 처리 과정에서 버닝썬 측이 영업정지를 피하기 위해 경찰에 금품을 건넸다는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 중이다.

하지만 당초 경찰 수사에 협조적인 것으로 알려졌던 자금 전달책 이모씨가 태도를 바꿔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난관이 예상된다.

이씨는 유착의 연결 고리로 지목된 전직 경찰관 강모씨의 부하직원이자 자금 전달책으로 의심받는 인물이다.

이날 경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한 이씨는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경찰관들에게 돈을 건넸다는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당초 그는 경찰 조사에서 '(강씨로부터) 지시를 받아 돈을 받고 배포를 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바 있으나 자신의 진술을 정면으로 뒤집은 것이다.

경찰은 이씨가 강씨의 지시를 받아 버닝썬의 이모 공동대표로부터 2천만원을 받아 6개 계좌에 돈을 송금한 사실을 확인했다. 다만 이 계좌들의 소유주 가운데 경찰관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해당 계좌가 경찰관의 차명계좌이거나 이 돈이 최종적으로 경찰관에게 흘러 들어갔을 수 있다고 보고 자금 경로를 추적하고 있다.

경찰은 이씨를 상대로 자금이 전달된 경위와 돈의 성격 등을 집중적으로 추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kih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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