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에 사라진 마을도로…좁고·꺾이고·경사져 주민 불편

입력 2019-03-04 14:05
수정 2019-03-04 14:25
재개발에 사라진 마을도로…좁고·꺾이고·경사져 주민 불편

광주 동구 계림동 T자형 도로 신설, 기존 마을도로 사유지 편입

주민 "포괄적인 여론 수렴 없었다"…구청 "대안 검토 중" 해명



(광주=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도심 재개발사업과 연계한 마을도로 폐쇄를 두고 주민이 구청에 통행 불편을 호소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

4일 광주 동구에 따르면 계림교회 옆으로 난 폭 8m·길이 90m 직선 구간 마을도로가 사유지에 편입돼 지난달 말 이용 협의가 끝났다.

동구는 대규모 아파트단지들을 짓는 재개발사업이 진행 중인 계림동 일원을 'T'자로 관통하는 폭 17m 도로를 개설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2020년까지 단계적으로 개통 중인 T자형 도로 부지에 교회 땅이 포함되면서 구청이 소유한 기존 마을도로와 맞교환이 이뤄졌다.



교회 측은 T자형 도로계획 부지에 세워진 기존 건물을 허물어 땅을 내줬고, 동구로부터 받은 마을도로 쪽으로 새 건물을 옮겨 지었다.

교회 소유로 편입된 기존 마을도로에는 주차장이 만들어질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은 도로 형태가 남아있어 일부 주민과 차량이 이용하고 있다.

문제는 동구가 사유지로 넘어간 기존 마을도로 대신 교회를 끼고 T자형 도로와 이어지는 우회로를 지난해 말 개통하면서 발생했다.

인도를 포함해 폭이 10m인 우회로는 일부 구간이 직각으로 꺾인 데다 경사까지 져 수십년간 직선으로 뚫린 마을도로를 이용해온 주민은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주민 대책위원회가 꾸려졌고, 기존 마을도로 폐쇄에 반대하는 1천172명이 서명에 참여했다.

대책위는 기존 평지와 달리 언덕길인 우회로가 보행 약자의 안전을 위협하고, 대형버스나 2.5t 이상 화물차는 직각으로 꺾이는 구간을 통행하지 못할 만큼 도로 폭이 좁다며 대책 마련과 구청장 면담을 요구했다.



또 기존 마을도로를 보행로로 바꾸기로 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구청장 면담 이후에도 대책 마련이 안 되면 청와대 국민청원과 감사원 공익감사 등을 청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동구는 급증할 교통 수요를 반영한 T자형 도로 개설과 기존 마을도로 폐쇄에 계림동 재개발이 본궤도에 오른 2006년 주민 동의가 있었다는 입장이다.

인도를 포함해 폭 10m로 만든 우회도로는 광주시 도로계획에 따른 설계라는 해명이다.

사유지로 바뀐 마을도로의 보행로 활용은 안전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와 관리 문제 등으로 교회 측 설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주민 대책위원회 관계자는 "마을도로 폐쇄에 주민 합의가 있었다고 하는데 일부 자치위원과 재개발 조합 쪽 사람들만 모아놓고 깜깜이로 진행한 것"이라며 "포괄적인 여론 수렴은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동구 관계자는 "동구는 재개발·예산·도로건설 담당 부서가 참여하는 전담팀(TF)을 꾸려 우회로 폭을 넓히고 경사도는 낮추는 대안을 검토 중"이라며 "우회로 개선 토지 매입에 2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되는데 예산 확보가 당장은 어렵다"고 설명했다.

h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