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단골소재 된 간(肝), 고단한 인생과 가족애 그리다
KBS 주말·미니시리즈·일일극 장악…"일부 현실과 괴리도"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KBS 드라마는 한 주 내내 '별주부전'이냐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온다.
1년 전 이맘때 '황금빛 내 인생'의 '상상암 파동'이 연일 화제였는데, 요새는 온통 간(肝) 타령이다. 시청률 46%(닐슨코리아) 벽을 깬 2TV 주말극 '하나뿐인 내 편', 20%를 넘긴 2TV 수목극 '왜그래 풍상씨'와 1TV 저녁 일일극 '비켜라 운명아'까지 모두 간 이식을 둘러싼 이야기가 전개되니 이쯤 되면 '간 파동'이라 부를 법하다.
그중에서도 간 이식이 가장 비중 있게, 또 무게감 있게 다뤄지는 작품은 '왜그래 풍상씨'이다.
철부지 동생 넷을 건사하느라 몸은 물론 마음의 피골까지 상접한 이풍상(유준상 분)은 결국 간암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선고를 받는다. 몸의 해독과 살균 작용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간은 웬만큼 아파서는 증세로 나타나지 않아 '침묵의 장기'로도 불린다. 수십 년 동안 오로지 동생들을 위해 피로를 잔뜩 안고 살아온 풍상의 간도 오랜 세월 침묵하다 결국 탈이 났다.
아내 간분실(신동미)만큼이나 시청자들을 더 목덜미 잡게 만드는 건 풍상의 암 선고 이후 동생들의 태도다. 셋째 정상(전혜빈)을 제외하면 모두 각자의 아픔과 이유를 대며 풍상에 간 나눠 주기를 거절한다. 뒤늦게 둘째 진상(오지호)이 형의 진심을 깨닫고 손을 들지만, 지방간 때문에 불합격됐다.
남은 건 좀처럼 마음을 열 것 같지 않은 넷째 화상(이시영)과 비뚤어진 막내 외상(이창엽)뿐인데, 이들을 설득하기 전에 아내 분실의 간이 먼저 분실될 판이다.
드라마 관계자는 5일 "'왜그래 풍상씨'는 간 이야기 통해 가족 간의 갈등 관계를 해결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며 "'간 찾기'라는 소재 자체에만 이목이 쏠리지 않도록 가족관계 등 공익적인 메시지로 풀어내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드라마 측은 '제2의 풍상 씨와 그 가족들'을 응원하기 위한 기부 캠페인 '네이버 해피빈 릴레이 굿 액션'도 종영까지 이어갈 예정이다.
풍상씨네 간 파동이 연일 화제가 되자 종영까지 2주를 앞둔 '하나뿐인 내편'도 간 이식 소재를 꺼내 들었다.
최근 이 드라마에서는 간 경화 말기 판정을 받고 시한부 선고를 받은 장고래(박성훈)에게 기꺼이 자신의 간을 내어준 강수일(최수종)의 모습이 그려졌다. 수일을 '아버지를 죽인 살인범'으로 믿는 고래는 거절했지만 결국 수술하게 됐고 수일은 간을 건네준 뒤 의식불명에 빠졌다.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수일에 대한 고래의 미움과 오해를 풀기 위해 극적인 에피소드를 삽입한 의도는 이해한다면서도 개연성 없이 급작스러운 전개에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한 방송가 관계자는 "사실 간 이식을 해주기도, 받아도 완전히 회복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정말 가끔 행운이 따를 뿐인데 요새 드라마 설정을 보면 마치 기증만 받으면 다 살 수 있는 것처럼 비쳐 현실과 괴리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그런데도 시청자들이 '하나뿐인 내편' 등을 애청하는 이유에 대해 "개연성이나 완성도는 다소 떨어져도 같이 울고 욕하면서 너무 심각하지 않게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하나의 창구가 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비켜라 운명아'에서는 최시우(강태성)가 급성 간 경변으로 간 이식이 필요한 상황에서 그의 라이벌인 양남진(박윤재)이 이식을 결심하며 적에서 친구로 거듭나는 중이다.
공감도 감동도 좋지만 이처럼 너도나도 간 이식을 동시다발적으로 소재로 다루면서 시청자의 피로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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