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은 한유총 눈치·교육청은 허둥지둥…새우등 터진 학부모(종합)
상당수 유치원, 한유총·국민 분노 사이에 끼여 어정쩡한 개원연기
통학 차량은 대부분 운행 중단… 원생·학부모 걸어서 등원 불편
현장 파악 안 되는 부산교육청 '보육 대란 없다'는 말만 되풀이
(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 "원생들은 등원했지만, 교육과정 운영 여부를 확인해주지 않아 개학연기로 봐야 하는지 애매합니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개학연기를 강행한 4일 부산시교육청은 개학연기 유치원 수를 집계하지 못하고 있다.
시교육청은 16개 구·구군 모든 사립유치원에 지역교육청·기초단체 공무원이 2인 1조로 배치해 개학연기 여부를 현장확인하고 있다.
시교육청은 290개 사립유치원 중 개학연기를 결정한 사립유치원 35곳과 응답을 하지 않은 32곳에는 이날 오전 9시 대부분 원생이 등원했다.
하지만 현장확인팀이 해당 유치원에서 단순히 돌봄서비스만 하는지, 교과과정을 정상적으로 운영하는지 판단하지 못하고 있다.
시교육청이 예의주시한 67개 유치원 중 대부분이 이날 통학버스를 운영하지 않아 개학연기를 강행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교육청은 아직 통학버스 운행 관련 집계도 내지 못할 정도로 허둥지둥하는 모습을 보였다.
개원연기 예정이었던 유치원 중 상당수는 이날 원생들을 맞이하면서도 교과과정이나 급식제공 여부 등에 대해선 응답을 회피했다.
한 유치원 관계자는 "한유총과 국민 분노 사이에 일선 유치원이 낀 형국이라 이해해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교육 당국과 사립유치원이 갈등을 빚는 사이 학부모와 원생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이날 오전 통학 차량이 운행하지 않자 상당수 원생은 걸어서 부모와 등원했고, 일부는 개인 승용차와 택시를 타고 유치원에 가는 불편을 겪었다.
학부모 김모(37)씨는 "통학 차량이 운행하지 않는다고 해서 1.5㎞가량 되는 거리 걸어서 등원시켰다"며 "수업을 하는지, 돌봄서비스만 운영하는지도 듣지 못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김씨는 "유치원 교사가 출근해 있어 뭐라도 시키지 않겠나 생각이 들긴 했지만 일단 급해서 애를 맡기고 왔다"고 말했다.
부산시교육청 관계자는 "개학연기와 관련해 오늘 문을 닫은 유치원은 한 곳도 없고 모두 돌봄서비스를 하고 있어 돌봄 대란은 없다"며 "유치원에서 정규 교과과정을 정상적으로 운영하는지, 급식과 간식을 제공하는지 등을 확인해서 정확한 개학연기를 유치원 수를 집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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