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농산물 수입 확대에 中농업계 "정부 지원 필요" 호소

입력 2019-03-04 10:52
美농산물 수입 확대에 中농업계 "정부 지원 필요" 호소

지원 늘리면 무역갈등 빌미 될 수 있어 中 정부 '고심'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무역전쟁 해결을 위해 중국 정부가 미국산 농산물 수입 확대를 약속했지만, 이 약속이 가뜩이나 취약한 중국 농업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전날 개막한 중국공산당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政協)에 참석한 류융하오(劉永好·67) 신희망그룹 회장은 기자들과 만나 이 같은 우려를 제기했다.

정협 위원인 류 회장은 중국 최대의 농업 기업인 신희망그룹을 이끌고 있다. 신희망그룹은 가축 사료와 닭고기, 돼지고기 등을 생산한다.

류 회장은 "대두, 옥수수 등의 수입 확대는 축산 비용 절감 등에 기여하겠지만, 중국 농부들과 사료 산업에는 큰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며 "미국 농업은 중국보다 훨씬 효율적이며 경쟁 우위를 지니고 있다"고 지적했다.

무역협상을 위해 미국을 방문한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는 미국에 1천만t의 대두를 추가 구매할 것을 약속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대두, 옥수수, 밀 등 중국이 추가 구매를 제안한 농산물 규모가 연 300억 달러에 달한다고 전했다.

류 회장은 "농산물 수입 확대는 기회와 도전을 모두 불러오겠지만, 단기적으로는 중국 농업이 큰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정부는 중국 농업을 보호하기 위해 많은 조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농업의 고도화를 위해 정부가 농부들과 농업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지원 요구는 미국 정부의 거센 반발 등으로 인해 실현하기가 쉽지 않으리라고 전망된다.

미국 무역대표부는 지난 2016년 중국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어기며 밀, 쌀 등의 재배 농가에 1천억 달러 규모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최근 WTO는 미국 측의 승소를 선언했다.

만약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의 수입 확대에 맞춰 자국 농업에 보조금을 확대한다면 이는 무역갈등의 또 다른 빌미가 될 수 있다. SCMP는 농업 보조금 문제가 중국 정부에 '골치 아픈' 문제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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