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중도좌파 민주당 새 대표 경선에 참여 열기 '후끈'
작년 총선 참패 후 1년 만에 전열 재정비하고 재건 '시동'
진가레티 라치오 주지사 당선 유력…득표율 과반 미달 시 2주 뒤 당수뇌부가 새 대표 결정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작년 3월 총선에서 굴욕적 패배를 당하며 포퓰리즘 세력에게 정권을 넘긴 이탈리아 중도좌파 민주당(PD)이 총선 1년 만에 새로운 당 대표를 뽑는 선거를 실시하고, 당의 본격적인 재건에 나섰다.
PD는 3일(현지시간) 전국 7천 곳에 투표소를 마련해 작년 총선 참패 이후 지리멸렬한 당을 새롭게 이끌며 재도약을 일굴 대표 선거를 실시했다.
이번 경선이 니콜라 진가레티 라치오 주지사, 마우리치오 마르티나 전 농업장관, 로베르토 자케티 전 로마시장 후보의 3파전으로 치러진 가운데, PD의 투표소에는 한 표를 행사하려는 지지자들로 긴 줄이 형성되는 등 활기를 띠어 당 관계자들을 고무시켰다.
라레푸블리카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날 투표 참가자는 당초 예상치인 100만 명을 훨씬 웃도는 170만 명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
PD는 PD의 철학에 동조하는 16세 이상의 이탈리아 시민과 이탈리아에서 거주증을 획득한 외국인들 가운데 2유로 이상을 기부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이날 당 대표 경선에 표를 던질 수 있도록 했다.
투표 전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진가레티 주지사가 50% 이상의 표를 얻어 PD의 새 대표에 오를 가능성이 유력한 상황이다.
전 공산당원이자 2007년 PD의 창립 때부터 당원으로 활동해온 진가레티 주지사는 이탈리아 인기 TV드라마 '형사 몬탈바노'에서 주연으로 활동하는 배우 루카 진가레티의 동생이다.
그는 작년 3월 총선 때 함께 실시된 지방선거에서 로마를 품고 있는 라치오주 주지사로 재선에 성공하며 PD 내부에서 주가가 높아졌다.
그는 당 대표 당선 시 지난 총선 전 PD를 탈당해 새로운 좌파정당 자유평등당(LEU)을 창당한 피에르 루이지 베르사니 전 대표 등 탈당 세력을 규합해 중도좌파의 외연을 넓히겠다는 구상을 제시한 바 있다.
만약 진가레티 주지사가 이날 투표에서 과반 득표를 하는 데 실패하면, PD 지도부는 오는 17일 회의를 열고 상위 득표자 2명 중에서 새로운 당 대표를 지명하게 된다.
한편, PD의 당 대표 선거 하루 전인 지난 2일에는 이탈리아 최대 경제 도시인 밀라노에서 무려 20만명의 인파가 운집한 가운데 최근 이탈리아 사회에서 눈에 띄게 고조되고 있는 인종차별적인 분위기를 규탄하고, 현재 이탈리아 정부를 이끄는 포퓰리즘 연정의 난민강경 정책을 비판했다.
이날 시위에 참가한 사람 상당수가 포퓰리즘 정부와 각을 세우고 있는 PD 지지자들인 것으로 추정돼 PD 부활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작년 3월 총선 전까지 이탈리아 정부를 이끈 PD는 1년 전 총선에서 18.7%의 표를 얻는 데 그쳐 창당 9년의 신생 정당인 '오성운동'(득표율 32.7%)에 멀찌감치 밀리는 수모를 당했다.
오성운동은 당시 총선에서 17.4%의 표를 얻어 약진한 극우정당 '동맹'과 손을 잡고 연정을 구성해 서유럽 최초의 포퓰리즘 정권을 출범시켰다.
선거 당시 PD를 이끌던 마테오 렌치 전 총리는 총선 완패의 책임을 지고 당 대표에서 물러났다.
PD는 렌치 전 대표의 사퇴 이후 렌치 정부에서 농업장관을 지낸 마르티나 전 장관의 임시대표 체제로 운영됐으나, 당내 계파들의 주요 현안에 대한 이견 속에 어수선한 상황이 계속되며 좀처럼 전열을 재정비하지 못해왔다.
이날 일간 코리에레델라세라가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현재 이탈리아 정당 중에는 동맹이 지지율 35.9%로 가장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고, 오성운동과 PD가 각각 21.2%, 18.5%로 뒤를 잇고 있다.
동맹은 강경 난민 정책의 선봉에 선 당 대표인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내무장관의 인기에 힘입어 지지율이 1년 전 총선 당시 득표율의 2배에 이를 만큼 수직 상승했다.
반면, 총선 때 돌풍을 일으킨 오성운동은 연정 파트너인 동맹의 기세에 눌려 지지율이 크게 빠졌다.
PD는 총선 때와 비슷한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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