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연기 '1천533곳 vs 190곳' 대혼란…원아·학부모만 피해

입력 2019-03-03 13:33
수정 2019-03-03 15:30
개학연기 '1천533곳 vs 190곳' 대혼란…원아·학부모만 피해

개학 하루 앞두고 8배 차이…한유총·교육부 서로 "허위 통계" 주장

피해는 애꿎은 유아·학부모 몫…항의집회·손배소 준비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이효석 기자 = 유치원 개학을 하루 앞둔 가운데 개학연기 참여 유치원 수를 두고 사립유치원단체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와 교육당국 조사결과가 8배나 차이 나 큰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한유총은 3일 서울 용산구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학연기에 동참하는 유치원이 전국적으로 1천533곳이라고 밝혔다.

지역별로는 경기·인천 492곳, 경북·부산·대구 339곳, 경남·울산 189곳, 충청·대전 178곳, 서울·강원 170곳, 전라·광주 165곳 등이었다.

전날 교육당국은 개학연기 유치원이 190곳, 이와 관련해 조사에 응답하지 않은 유치원은 296곳이라고 밝혔다. 4일로 예정된 개학을 불과 하루 앞두고 당국과 한유총 사이 개학연기 유치원 수가 8배 가까이 차이 나는 셈이다.



한유총은 "학부모에게 보낸 개학연기 안내 문자를 캡처해 유치원별로 개학연기 사실을 인증했다"고 설명했다.

또 교육당국이 유치원을 협박해 개학연기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게 했다고도 주장하며 구체적인 예도 제시했다.

전성하 한유총 정책위원은 "내가 운영하는 유치원만 해도 개학연기 의사를 밝혔지만 교육청 명단에 들어가지 않았다"면서 "내가 속한 지역분회에만 이런 유치원이 8곳이나 된다"고 말했다.

실제 전 위원이 운영하는 유치원은 관할 교육청이 전날 오후 2시 발표한 명단에는 없다. 그가 언급한 유치원들은 교육청이 8시간 뒤 업데이트해 공지한 명단에는 들어가 있다.

개학연기 유치원 명단을 공개할 수 없느냐는 요청에 한유총 측은 "(당국의 협박 등) 피해가 우려된다"면서 "내일이면 누가 맞는지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한유총 조사결과가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한유총과 반대로 유치원들이 협박에 못 이겨 개학연기에 동참하겠다고 밝히는 상황이라고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한유총이 자체조사한 개학연기 동참 유치원 수는 진실이 아니라고 본다"면서 "(한유총 중앙본부나 지회에서) 강하게 나오니깐 어쩔 수 없이 동참한다는 곳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경우 교육청 조사 개학연기 유치원이 전날 39곳에서 이날 오전 11시 30분 현재 27곳으로 줄었다. 무응답 유치원도 3곳에서 2곳으로 감소했다.

개학연기 동참 유치원 수가 크게 엇갈리면서 애꿎은 유아와 학부모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학부모들은 이른바 '맘카페'를 중심으로 유치원에서 받은 개학연기 안내 문자를 공유해가며 '자체대응'에 나서는 모습이다.

경기 용인시 수지구에서는 이날 개학연기를 규탄하는 학부모집회가 열린다.



이덕선 한유총 이사장이 설립한 유치원 학부모들은 개학연기를 철회하지 않으면 손해배상소송을 내려고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당국은 '긴급돌봄체제'를 가동 중이다. 현재 각 교육청에서 전화와 이메일로 임시돌봄 신청을 받고 있다.

jylee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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