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훈 인터뷰 꼭 하고 싶어요"…KIA 고영창의 특별한 목표
"7년간 믿고 응원해준 가족들에게 고맙다고 말해주려고요"
마무리캠프부터 갈고닦은 투심 패스트볼로 4경기 무실점 행진
(긴[일본 오키나와현]=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누군가는 200이닝 달성이 목표라고 했고, 또 다른 누군가는 시즌 10승 이상을 꼭 달성하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고영창(30·KIA 타이거즈)은 경기 수훈선수 인터뷰를 한번 하는 것이 올 시즌 목표다.
그 자리를 빌려 7년간 보여준 것 없는 자신을 끝까지 믿고 응원해준 가족들을 비롯해 고마운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고 했다.
지난 2일 오후 KIA의 스프링캠프지인 일본 오키나와현 긴 구장에서 고영창을 만났다.
훈련이 예상보다 길어져 인터뷰를 위해 1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했지만, 그만큼의 보람이 있었다.
그의 말에는 오랜 시련을 이겨낸 자 특유의 묵직한 울림이 담겨 있었다.
우완 투수인 고영창은 2013년 신인 드래프트 2차 6라운드 전체 53순위로 KIA 유니폼을 입었다.
하지만 통산 1군 기록은 지난해 2경기에 출전한 것이 전부다. 게다가 그 2경기 모두 아웃 카운트를 단 하나도 잡아내지 못하고 교체됐다.
지난해 퓨처스(2군)리그 34경기에서 88⅓이닝을 소화하며 6승 3패 1홀드 3세이브 평균자책점 3.87을 올렸지만 1군 무대의 벽은 높았다.
칼을 간 고영창은 비장의 무기를 안고 이번 캠프를 맞았다. 바로 투심 패스트볼이다.
고영창은 "지금까지는 구속에 대한 욕심이 있었는데, 이제는 그 욕심을 버렸다"며 "무브먼트(움직임) 쪽으로 가자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고영창은 지난해 마무리캠프부터 직구 대신 거의 투심 패스트볼만 던졌다.
서재응 투수코치의 도움을 받아 그립까지 바꾼 고영창의 투심은 겉으로 보기에는 치기 쉬울 것 같지만 마지막 순간 배트의 중심을 비켜나갔다.
고영창은 이번 캠프 연습경기에서 4경기에 등판해 5⅓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달 12일 주니치 드래건스전에서 2⅔이닝 2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는 "포수, 타자들 얘기를 들어보면 투심의 각이 좋아서 시즌 때 충분히 쓸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해준다"며 "아직은 좋은 결과가 나와서 기쁘다"고 했다.
더 기쁜 것은 가족들에게 희망적인 소식을 알려줄 수 있어서다.
그는 "저에 대한 기사가 많이 나오니 가족들이 너무 좋아한다. 7년간 보여준 게 없어서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며 "더 잘하고 싶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런 그의 올 시즌 목표는 소박하긴 하지만 경기 수훈선수로 뽑혀 방송 인터뷰를 하는 것이다.
그는 "가족을 비롯해 지금까지 저를 도와준 분들이 너무 많다"며 "인터뷰하면서 그 고마움을 말하면 그분들도 뿌듯해하실 것 같다"고 했다.
김기태 KIA 감독은 "이번 캠프에서 고영창이 제일 좋다. 지난해 2군에서 부상 없이 풀타임을 뛰었다"며 올 시즌 1군 불펜 투수로 기회를 줄 뜻을 밝혔다.
고영창은 팀 동료인 좌완 투수 임기준(28)의 이종사촌 형이다.
초·중·고교에 이어 프로 구단까지 같은 길을 걸어왔지만, 그동안은 '동생' 임기준이 더 많은 주목을 받았다.
고영창은 "지난해 (임)기준이의 활약을 보고 자극을 많이 받았다. 응원하면서도 부러웠다"며 "올해만큼은 함께 잘해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싶다"고 말했다.
changyo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