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맨해튼서 "대한독립만세"…유관순 열사 조카손녀도 "만세"
맨해튼 도심서 '3·1 만세운동 재현 행사'…뉴욕주 '3·1운동의 날'
눈온뒤 쌀쌀한 영하에도 유관순열사 이화여고 후배 등 400여명 참석
저고리 차림에 태극기…뉴욕주의원 "한국, 100년후 현재 자랑스러워해야"
(뉴욕=연합뉴스) 이귀원 특파원 = "대한독립 만세! 만세! 만세!"
3·1운동 100주년을 맞은 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도심에서도 '대한독립 만세'의 함성이 크게 울렸다.
뉴욕한인회 주관으로 맨해튼 유엔본부 앞 다그 함마르셸드 광장에서 100년 전 3·1 만세운동 재현행사가 열린 것이다.
눈이 온 뒤 영하의 쌀쌀한 날씨에서도 열기는 뜨거웠다.
남녀노소 약 400명에 달하는 참석자들은 이마에 태극기 문양을 새긴 머리띠를 두르고, 손에는 태극기를 흔들며 대한독립 만세를 외쳤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여성들은 흰색 저고리와 검정 치마를 입고 100년 전 아우내 장터에서의 유관순 열사(1902~1920)의 만세운동을 재현했다. 아리랑과 '3·1절 노래' 합창에 이어 기미독립선언문 낭독도 이어졌다.
이날 행사는 공교롭게도 비영리 미일 교류단체인 '재팬 소사이어티'(Japan Society)의 길 건너편에서 열렸으며 참석자들은 일제에 의한 일본군 위안부와 한국인 강제징용에 대한 일본의 사죄를 촉구하기도 했다.
특히 뉴욕 퀸스에 거주하는 유관순 열사의 조카손녀 유혜경(54) 씨가 유관순 열사의 대역을 맡아 만세 삼창에 동참했다.
유씨는 "유관순 열사의 조카손녀로서 만세운동에 참여하게 돼 너무 기쁘고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유씨는 유관순 열사의 친동생인 유인석씨의 손녀다.
이날 행사는 뉴욕에서 개최된 역대 삼일절 행사 가운데 최대 규모다.
올해가 3·1운동 100주년이고, 뉴욕주 의회가 지난 1월 3·1운동과 유관순 열사를 기리는 결의안을 채택해 이날을 '3·1운동의 날'로 지정한 것에 맞춰 행사가 더 성대하게 치러진 것이다.
이날 행사는 맨해튼 1번 애비뉴, 47번가에서 이뤄졌으며 수십m 떨어진 주유엔 대한민국대표부가 있는 45번가까지 대한독립 만세를 외치며 행진을 벌였다.
이어 주유엔대표부에서 뉴욕한인회 주관으로 3·1운동 100주년 공식 기념식이 열렸다.
이날 기념식에서 박효성 주뉴욕 총영사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3·1절 100주년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연설한 기념사를 대독했다.
김민선 뉴욕한인회장은 "3·1운동은 우리 민족이 모든 세대와 지역, 종교를 초월해 하나로 뭉친 것이며, 이런 민족정신으로 오늘날 대한민국은 자유와 인권을 누리는 성숙한 민주주의로, 또 세계 10대 경제 대국으로 눈부신 발전을 했다"면서 "우리는 미주 한인으로서 역할과 책임을 다하는 것이 3·1정신"이라고 말했다.
에드워드 브론스틴 뉴욕주 하원의원은 몇 해 전 한국 방문 당시 유관순 열사가 투옥됐던 형무소를 방문했었다면서 "유관순 열사의 희생이 한국 독립에 기여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한국민들은 3·1운동 100년 후 현재의 대한민국의 모습에 대해 자랑스러워해야 한다. 한국은 경제 강국일 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자유와 민주주의의 횃불 역할을 해왔다"고 평가했다.
한인 뉴욕주 하원의원인 론김 의원도 "유관순 열사는 한국 사람일 뿐 아니라 '인권활동가'(human rights activist)"라고 말했다.
뉴욕한인교회 장철우 목사는 "올해 100주년 행사는 생애 가장 만족스러운 행사이며, 동포들이 자발적으로 하나가 돼서 애국심을 표출할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한다"면서 "이런 정신으로 한반도 통일도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뉴욕 현지에 거주하는 유관순 열사의 이화여고 후배들도 동참했다.
유관순 열사는 이화여고·이화외고·이화여대의 전신인 이화학당에 1916년 입학했고, 1919년 3·1운동 때 친구들과 5인 결사대를 조직해 만세운동에 참여했다. 이후 휴교령이 내려지자 고향인 천안으로 내려가 만세운동을 주도했다가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돼 1920년 순국했다.
또 미국 육군사관학교(웨스트포인트)에 재학 중인 한인 2세 생도들과 이날 만세운동 재현에 필요한 태극기와 한복, 머리띠, 유관순 열사의 영정 등을 지원한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세종·충남지회, 천안시 관계자 등도 참석했다.
lkw777@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