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바키아 대선, '환경 노벨상' 수상 여성 변호사 돌풍

입력 2019-03-01 20:09
슬로바키아 대선, '환경 노벨상' 수상 여성 변호사 돌풍

여론 조사서 피초 전 총리가 지원하는 여당 후보에 크게 앞서

(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이달 16일로 예정된 슬로바키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환경 운동가 출신의 여성 변호사가 집권 여당의 후보를 여론 조사에서 크게 앞서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1일(현지시간) 전했다.

진보주의 정당인 '진보적 슬로바키아' 당 소속의 주사나 카푸토바(45)는 전날 공표된 여론조사에서 44.8%의 지지율을 기록해 22.1%를 기록한 연립정부 여당 사회민주당(Smer-SD)의 마로스 세프쇼비치 후보를 크게 앞섰다.

이보다 앞서 같은 날 민간방송 TA3가 발표한 여론 조사에서는 카푸토바가 27.5%의 지지율을 기록했고 세프쇼비치는 17.1%에 그쳤다.

카푸토바는 14년간 수도 브라티슬라바 인근의 고향 마을 페지노크에서 불법 폐기물 매립 문제와 싸운 환경운동가이기도 하다.

카푸토바는 긴 투쟁 끝에 대법원으로부터 매립 불허 판결을 받아내며 2016년 환경 분야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골드만 환경상'을 받기도 했다.





직업 외교관 출신의 세프쇼비치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고 로베르트 피초 전 총리의 지원을 받아 대선에 나섰다.

세프쇼비치는 지난주까지 여론 조사에서 1위를 달리다 최근 안드레이 키스카 현 대통령과 유력 야당 대선 후보였던 로베르트 미스트리크가 후보를 사퇴하면서 카푸토바를 지지한다는 뜻을 밝힌 뒤 밀리고 있다.

피초 전 총리는 2006∼2010년 총리를 지냈고 2012년부터 다시 총리를 지내다가 지난해 2월 발생한 탐사보도 전문 기자 잔 쿠치악 피살 사건의 책임을 지고 총리직에서 물러났다.

장수 총리였던 그는 슬로바키아 경제 발전을 이끌면서 슬로바키아를 옛 공산권 동유럽 국가 중 유일한 유로존 가입국으로 성장시켜 대중적 지지를 받았으나 쿠치악 사건으로 몰락했다.

쿠치악은 슬로바키아 고위 정치인들과 이탈리아 마피아 조직의 유착 관계를 취재하다 집에서 연인과 함께 총에 맞아 숨진 채 발견됐다.

쿠치악 피살 사건 후 브라티슬라바를 중심으로 슬로바키아 곳곳에서는 수개월 동안 매주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이어졌다.

피초 전 총리는 여론이 악화하자 조기 총선을 하지 않고 연립정부를 유지하는 조건으로 총리직에서 물러났다.

16일 대선에서 어느 후보도 과반 득표를 하지 못하면 2주 후에 1, 2위 후보가 결선 투표에서 맞붙는다.

슬로바키아 대통령은 국가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자리이고 실권은 총리에게 있지만 내각 구성 승인권, 헌법재판관 임명권 등 중요한 권한도 갖고 있다.

피초 전 총리가 이끄는 사회민주당은 2000년대 중반 이후 줄곧 제1당 자리를 지켜왔으나 이번 대선 결과에 따라서는 내년 예정된 총선 결과를 장담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mino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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