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결렬'이 문대통령 3·1절 기념사 톤 바꿨다

입력 2019-03-01 19:26
'하노이 결렬'이 문대통령 3·1절 기념사 톤 바꿨다

신한반도체제 100년 청사진→북미대화 중재역…해석의 초점 이동 분석도

"큰 수정 없었다"지만 신한반도체제 구상 원칙적 언급에 그쳤다는 평가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박경준 기자 = "신한반도체제의 구체적 내용은 3·1절 기념사에 담길 예정입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달 25일 정례브리핑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이번 3·1절 100주년 기념사 내용에 대해 이처럼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당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신(新)한반도체제를 주도적으로 준비하겠다"고 했고, 김 대변인은 더 구체적인 내용을 3·1절에 발표하겠다고 예고한 셈이다.

하지만 막상 1일 문 대통령이 기념사를 발표한 뒤에는, 애초 예상보다 신한반도체제 구상에 무게가 덜 실린 것 아니냐는 반응이 정치권에서 나왔다.

신한반도체제 구상의 뼈대로 ▲ 우리가 주도하는 향후 100년의 질서 ▲ 새로운 평화협력공동체 ▲ 새로운 경제협력공동체 등 세 가지를 제시했고, 그 실천 방안으로 경제공동위원회 구성 등을 언급했지만, 기대보다는 구체성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특히 그 요인으로 전날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정상의 하노이 담판이 결렬된 것이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예기치 못한 결과 탓에 문 대통령의 연설 내용이 일부 수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북미 간 비핵화 조치와 제재완화를 비롯한 상응조치의 '주고받기'가 성사될 것으로 예상, 이런 성과를 전제로 깔고서 연설에서 평화협력공동체·경제협력공동체의 비전을 밝히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협상이 결렬되면서 '북미정상회담 성과'가 들어갔어야 할 대목이 사라지고, 대신 "의미있는 진전이었다. 더 높은 합의로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라는 북미회담에 대한 평가가 들어갔다.

이어 "이제 우리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 완전한 타결을 반드시 성사시켜낼 것"이라며 중재 의지를 밝히는 문장이 포함됐다.

이에 따라 '신한반도 100년 구상'에 온전히 집중됐어야 할 연설의 초점이 '북미대화 중재역 강화'라는 메시지로 분산됐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장기적 비전과 당장의 '메가 이슈'에 대한 메시지가 함께 나올 경우, 아무래도 후자에 더 눈길이 가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청와대에서는 그러나, 연설문 내용이 크게 바뀌지 않았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청와대 관계자는 연합뉴스 통화에서 "애초 준비했던 연설문에서 북미회담 평가, 중재역할 강조 부분을 제외하곤 많이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특히 신한반도체제 부분은 100년의 장기 비전을 얘기한 것이기 때문에, 당장 어제 회담 결과에 큰 영향을 받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연설문 수정과는 별개로, 하노이 담판 결렬 자체가 '신한반도체제 구상' 발표의 힘을 뺐다는 분석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예를 들어 문 대통령이 언급한 '경제협력공동체'만 보더라도, 전날 하노이 담판에서 제재완화 합의가 이뤄졌다면 구체적 남북협력 방안을 두고 다양한 의견들이 곳곳에서 쏟아져 나왔을 것"이라며 "하지만 북미 간 거리를 좁히지 못하면서 지금으로서는 원칙적인 언급으로만 머무르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

hys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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