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선 광안대교 충돌 막을 수 없었나…해경 등 대응 논란

입력 2019-03-01 12:57
수정 2019-03-01 15:52
화물선 광안대교 충돌 막을 수 없었나…해경 등 대응 논란

해경 구조정, 충돌 전 23분간 인근 머물러…'차량통제' 문자도 2시간 이상 걸려



(부산=연합뉴스) 김재홍 차근호 기자 = 러시아 화물선이 부산 광안대교를 충돌한 사고와 관련해 관련 기관 대응이 미흡했던 것 아닌가 하는 지적이 일고 있다.



1일 부산해양경찰서에 따르면 부산 남구 용호부두를 출항한 씨그랜드호(5천998t)가 용호부두 내 정박한 유람선을 충돌했다는 신고가 접수된 게 지난달 28일 오후 3시 44분이다.

부산해경 광안리파출소 연안 구조정은 신고 접수 13분 뒤인 오후 3시 57분에 현장에 도착했다.

씨그랜드호에 들이받힌 유람선에 탄 사람은 없었으나 침수피해가 발생하고 있었다.



그런데 먼바다로 항로를 변경하는 줄 알았던 씨그랜드호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반대 방향인 광안대교 쪽으로 향했고 오후 4시 20분께 광안대교 하판 10∼11번 사이 교각을 들이받았다.

해경 연안 구조정이 유람선 사고 현장에 도착한 시점부터 씨그랜드호가 광안대교와 충돌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23분이다.

해경이 23분간 적절하게 대응했다면 씨그랜드호가 광안대교를 충돌하는 사고를 막을 수 있었지 않았나 하는 지적이 나온다.

해경 관계자는 "씨그랜드호에 들이받힌 선박에 침수피해가 발생한 데다 도와달라는 요청이 있었다"며 "당시 씨그랜드호는 먼바다로 항로를 변경하면서 정상 운항을 하는 것으로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갑자기 씨그랜드호가 광안대교 쪽으로 향해 연안 구조정이 급히 따라갔고, 동시에 해상교통관제센터(VTS)에서 씨그랜드호로 영어로 수차례 교신했는데도 응답하지 않거나 'Repeat'(다시 말해달라)이라는 답변만 돌아왔다"고 강조했다.

해경이 이틀에 걸쳐 씨그랜드호 선장 A씨 등 러시아인 선원들을 조사하고 있으나 이들은 모두 당시 상황에 대해 "모르겠다"는 답변으로 일관하고 있다.

충돌사고가 난 광안대교 진입 차량통제 시점도 문제다.



충돌사고가 난 것은 지난달 28일 오후 4시 20분.

부산시가 차량통제 알림 메시지를 발송한 건 2시간이 훌쩍 지난 오후 6시 45분이었다.

대형 화물선이 광안대교를 충돌했기 때문에 교량 위를 지나는 차들이 2차 사고를 당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연휴를 앞둔 퇴근 시간과 맞물린 상황에서 이렇다 할 조처가 내려지지 않은 채 수많은 차량이 충돌사고가 난 광안대교 지점 위 도로를 오갔다.

2002년 12월에 완공한 광안대교는 부산을 대표하는 교량 건축물이자 핵심 교통시설이다.

하루 통행량만 12만여 대에 달한다. 출·퇴근 시간대만 2만5천여 대가 집중된다.

부산시는 1일부터 3일까지 사흘간 현장 점검을 한 뒤 정상적인 차량통행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pitbull@yna.co.kr, read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