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 대화지속 의지 밝혔지만…입장차 커 교착 장기화 가능성도

입력 2019-03-01 12:08
수정 2019-03-01 13:12
北美, 대화지속 의지 밝혔지만…입장차 커 교착 장기화 가능성도

"판 깨지 않겠다" 메시지 발신…'비핵화-제재해제' 이견 극복이 관건



(하노이=연합뉴스) 특별취재단 = '세기의 핵 담판'으로 기대를 모았던 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됐지만, 북미는 대화를 이어가겠다는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두 차례 정상회담과 수많은 실무협상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와 미국의 상응조치를 협의했고, 서로 상대방의 요구사항을 충분히 이해했기 때문에 앞으로 협상을 계속하면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모두 이번 정상회담 결렬로 판을 깨기에는 정치적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난달 27~28일(이하 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이번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비핵화 조치와 대북제재 해제 문제를 놓고 현저한 견해차를 보였다는 점에서 교착상태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 하노이 담판 결렬에도 "생산적 대화 지속" = 하노이 담판이 결렬된 이후 북한 관영매체가 내놓은 첫 반응은 북미 양측이 새 정상회담을 약속하고 생산적인 대화를 이어나가기로 했다는 것이다.

조선중앙통신은 두 정상이 이번 회담을 "서로에 대한 존중과 신뢰를 더욱 두터이 하고 두 나라 관계를 새로운 단계로 도약시킬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며 "한반도 비핵화와 북미 관계의 획기적 발전을 위하여 생산적인 대화들을 계속 이어나가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전날 정상회담에서 합의문을 도출하지 못한 채 무산된 충격에도 미국에 책임을 전가하는 식의 대미 비난은 눈에 띄지 않았고, 오히려 이번 회담이 양국관계와 한반도 및 세계 평화와 안전에 기여한 의미 있는 계기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간밤에 리용호 외무상의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합의 불발의 책임이 미측에 있음을 시사했지만 대미 비판의 수위는 조절했고, 대화 재개시에도 제재 해제 관련 입장이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대화할 필요가 없다는 식의 언급은 하지 않았다.

미국도 대화 재개 의지를 분명히 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번 정상회담이 끝나자마자 필리핀 방문을 위해 전용기 편으로 이동하면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비록 당장은 아니라고 했지만, 실무협상을 재개할 뜻을 분명히 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미) 양측은 성취하려고 하는 것 사이의 충분한 일치를 봤기 때문에 대화할 이유를 찾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노이에서 정상회담 결렬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도 "하지만 나는 여전히 낙관적"이라며 "앞으로 며칠, 몇주 안에 다시 만나서 문제를 해결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 영변 핵시설 폐기-유엔 대북제재 해제 놓고 이견 = 정상회담 결렬 직후 북미가 대화 의지를 잇달아 표명한 것은 긍정적인 신호이나 이번 최고지도자 간 담판에서 양측이 북한의 핵시설 폐기와 대북제재 해제를 놓고 큰 입장차를 보였다는 점에서 향후 회담의 진전 전망은 불투명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북미는 회담 결렬 이후 현지 기자회견에서 이 문제를 놓고 분명한 견해차를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JW메리어트 호텔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제재가 쟁점이었다"면서 북한 측이 전면적 제재 해제를 요구했으며, 미국으로서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영변 플러스 알파를 원했나'라는 질문에 "더 필요했다"며 "나오지 않은 것 중에 저희가 발견한 것들도 있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부분이 있었다"라고 공개했다.

반면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1일 하노이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전면적인 제재 해제가 아니고 일부 해제, 구체적으로는 유엔 제재 결의 11건 가운데 2016∼2017년 채택된 5건, 그 중에 민수경제와 인민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들만 먼저 해제하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리 외무상은 "미국이 유엔 제재의 일부, 즉, 민수 경제와 인민 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의 제재를 해제하면 영변 지구의 플루토늄과 우라늄을 포함한 모든 핵물질 생산시설을 미국 전문가들의 입회하에 두 나라 기술자들 공동 작업으로 영구적으로 완전히 폐기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리 외무상의 발언으로 유추해보면, 북한은 영변 핵시설 영구폐기의 상응조치로 북한 주민의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유엔 제재의 일부를 해제해달라고 요구했으나, 미측은 제재의 해제를 위해서는 영변 핵시설 폐기만으로는 안 되고, 영변 외 핵시설의 폐기 등 플러스 알파가 필요하다며 난색을 보인 것으로 보인다.



◇ 실무협상 재개되더라도 상당한 진통 겪을 듯 = 나아가 미국은 유엔 대북제재의 전면 해제를 위해서는 영변 이외 핵시설과 보유 핵물질 및 핵무기,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등도 모두 폐기해야 한다는 입장을 제시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와 관련,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비핵화와 관련해 영변 핵시설의 영구폐기 수준을 훨씬 넘어서는 상당히 진전된 조치를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양측이 아직 협상의 목표가 '비핵화'인지, 핵무기와 그 역량을 줄이는 '핵군축'인지에 대해 인식의 일치를 보지 못한 상황에서 비핵화와 제재해제를 놓고 '빅딜'을 시도하다가 실패한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현재로선 북미가 당장 대화를 재개하기보다는 냉각기를 갖고 각자의 입장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북미 실무협상 협상이 재개되더라도 상당한 진통을 겪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북핵 6자회담 한국 측 수석대표를 지낸 위성락 전 주(駐) 러시아 대사는 "단기 예측이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전체적으로 (북미 간 입장차 때문에) 어려운 분위기"라며 "언젠가 실무차원의 접촉이 재개될 수 있지만 시간이 걸릴 것이고, 재개되더라도 큰 틀에서 안 되기 때문에 기대하기 쉽지 않다"고 밝혔다.

hoju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