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겨울 보내고 떠날 채비하는 '천연기념물' 독수리

입력 2019-03-03 08:30
따뜻한 겨울 보내고 떠날 채비하는 '천연기념물' 독수리

무등산 국립공원 도원명품마을서 10여년째 겨울나기



(화순=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무등산 국립공원 동쪽 자락인 전남 화순군 이서면 도원명품마을에는 이번 겨울에도 독수리가 날아들었다.

천연기념물 234-1호이자 멸종위기종 Ⅱ급인 독수리는 1980년 초반대까지만 해도 이 마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겨울새였다.

시나브로 종적을 감춘 독수리는 10여년 전부터 30∼50마리 정도 무리 이뤄 도원마을에서 다시 겨울나기를 반복하기 시작했다.

3월 말에서 4월 초 북녘 하늘로 훠이훠이 떠나는데 몽골이나 티베트 등지에서 찾아온 것으로 추정된다.

어릴 적 마당을 뛰노는 닭과 병아리를 단속하느라 바빴던 도원마을 주민은 30여년 세월이 훌쩍 흐른 뒤 돌아온 독수리를 보며 향수에 젖는다.



독수리의 독(禿)은 대머리 또는 민머리를 의미해 수리류 중 머리가 벗어진 종을 뜻한다.

수리류 중 가장 큰 맹금류인 독수리는 몸길이가 1∼1.5m에 달한다.

큰 몸집과 달리 경계심이 심한 성격이 독수리는 덩치가 훨씬 작은 까치나 까마귀에 쫓기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굶지 말라며 들녘에 먹이를 뿌려놓아도 자동차나 사람이 지나가면 순식간에 산등성이 너머로 자취를 감춘다.

사체나 병들어 가는 짐승을 주로 먹는 '자연의 청소부'가 도원마을 주민에게 별다른 해를 끼치지는 않는다.

주민들은 무등산의 겨울 진객(珍客)이라는 명성을 얻어가는 독수리가 마을 상징물로 거듭나는 방안을 찾고 있다.



조병옥(59) 도원명품마을 사무국장은 3일 "아름다운 경관 속에 다양한 생물 종이 어울려 살아가는 무등산을 지키도록 주민들도 힘을 보태고자 한다"고 말했다.

h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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