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권의 상징 '국경장벽' 시제품 철거됐다

입력 2019-02-28 09:53
트럼프 대권의 상징 '국경장벽' 시제품 철거됐다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미국-멕시코 간 '국경장벽' 건설을 위해 설치한 시제품(prototype·대량생산에 앞서 제작한 원형)이 철거됐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상징인 국경장벽의 시제품 8개가 철거됐다고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시제품들은 2017년 10월 미국 관세국경보호국(CBP)이 공개입찰을 통해 선정한 업체 6곳이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카운티 오테이 메사에 세운 것이다. 장벽 바로 뒤편은 멕시코 티후아나다.

CBP는 장벽의 최소 높이로 18피트(5.5m)를 요구했지만 8개 시제품은 모두 30피트(9.15m) 이상으로 세워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도저히 넘을 수 없을 정도의 충분한 높이'를 원했기 때문이다.

CBP는 또 산악용 훅(걸이) 등 전문 등반 장비를 동원해도 쉽게 기어오를 수 없도록 만들어야 하며 지하로도 6피트(1.8m) 정도 파고 들어가 지반에 단단히 붙어 있어야 한다는 조건을 내세웠다.

아울러 대형 해머나 산소용접기를 동원해도 적어도 1시간 이상 부서지지 않아야 하며, 미국 쪽에서 바라봤을 때 주변 경관과 잘 어울리고 미학적으로 아름다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입찰 조건에 따라 세워진 시제품들의 가격은 30만∼50만 달러(약 3억3천만∼5억6천만원)다.

시제품 중 4개는 강화 콘크리트로 제작됐고 다른 4개는 강철과 콘크리트를 섞어 만들었다. 그중 1개는 위쪽에 쇠못이 일렬로 박혀 있다.

또 미학적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1개는 푸른색과 흰색으로 칠한 장식을 달았고, 다른 제품들은 사막과 어울리는 회색, 황갈색, 갈색으로 칠했다.

그러나 성능 실험 결과 대부분 시제품에 크고 작은 결함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8개 중 6개는 배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계를 크게 변경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로스 윌킨 미국 국경순찰대 대변인은 "당국은 시제품이 뚫리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지 않았다"며 "각 시제품을 뚫는데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지 알고 싶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미국 샌디에이고 쪽에서는 시제품에 접근할 수 없었지만, 국경 넘어 멕시코 티후아나 쪽에서는 접근이 가능했다. 덕분에 티후아나는 전 세계 언론인과 시위대, 호기심 많은 관광객이 즐겨 찾는 명소가 됐다.



일부 예술가는 시제품에 레이저로 '난민을 환영한다' 등의 글자나 자유의 여신상 이미지를 비추기도 했다.

입찰 결과 텍사스주 갤버스턴에 기반을 둔 건설업체 SLSCO가 시공자로 선정돼 지난해 12월 1억100만 달러(약 1천130억원)에 달하는 계약을 따냈다.

이 업체가 제안한 장벽은 높이가 30피트(9.15m)에 달하며 하단부는 촘촘한 쇠기둥이 박혀 있고 상단부는 철제 판으로 돼 있다.

SLSCO는 지난주 태평양 해안에서부터 국경을 따라 세워진 12마일(19㎞) 길이의 기존 장벽을 새 장벽으로 교체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용도를 다한 시제품은 해체에 들어갔다.

AP는 "작업을 시작한 지 2시간도 되지 않아 시제품 7개가 부서졌다. 대형 유압식 파쇄기가 반복적으로 벽을 내리치자 구름 먼지를 일으키며 콘크리트 조각이 떨어졌고 철제 기둥도 해체됐다"며 작업 현장 모습을 전했다.



kind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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