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언 "트럼프, 베트남전 징집 회피…인종차별주의자·사기꾼"

입력 2019-02-27 19:05
코언 "트럼프, 베트남전 징집 회피…인종차별주의자·사기꾼"

미 하원 출석 하루 앞두고 20쪽짜리 진술서 의원들에게 제공

"로저 스톤과 통화에서 트럼프 '그것참 잘된 일'이라 답했다"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등을 돌린 옛 개인 변호사 마이클 코언이 미국 하원 출석을 하루 앞둔 26일(현지시간) 밤 트럼프의 광범위한 비리를 담은 20쪽짜리 진술서를 의원들에게 돌렸다.

진술서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베트남전 징집을 회피하기 위해 의료기록을 조작했고, 지난 대선에서 자신의 비선 참모인 로저 스톤이 클린턴 후보 측 이메일 해킹 사건에 연루됐음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고 CNN과 뉴욕타임스 등이 보도했다.

코언은 진술서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인종차별주의자', '협잡꾼', '사기꾼'으로 표현했다.



코언은 당초 이달 7일 하원 감독개혁위원회에 출석하려다 "가족이 협박받고 있다"며 일정을 취소한 바 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2차 북미정상회담을 위해 나라를 비우자 27일 출석하겠다고 나섰다.

코언의 진술서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오랫동안 베트남전 징집 유예가 발뒤꿈치 '뼈돌기(bone spur·덧 자라난 뼈)' 때문이라고 주장했지만, 수술한 적이 없어서 이를 뒷받침할 의료기록이 없다.

코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에게 "너는 내가 멍청하다고 생각하는구나. 난 베트남에 가지 않으려 한 거야"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작년 말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1960년대에 네 차례 징집유예 조치를 받고, 22세였던 1968년 발뒤꿈치의 뼈돌기 거짓 진단을 받아 징집을 피했다고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코언은 또 2016년 트럼프 대통령이 스피커폰으로 스톤과 통화하는 것을 목격했다며 당시 스톤이 "방금 줄리언 어산지(위키리크스 운영자)와 통화했고, 그가 며칠 내 힐러리 후보의 선거운동에 피해를 줄 이메일을 대량 투하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그것 참 잘된 일(Wouldn't that be great)"이라고 답했다고 덧붙였다.

2016년 클린턴 후보 캠프와 민주당 전국위원회(DMC) 이메일 수천건이 해킹돼 폭로 전문 사이트인 위키리크스를 통해 공개됐으며,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팀은 스톤을 이 사건과 관련해 지난달 7가지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 스톤도 이메일 해킹과 관련한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아울러 코언은 2016년 트럼프 측 관계자들이 러시아 모스크바에 트럼프타워를 지으려던 계획과 관련,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에게 명시적으로 거짓말하라고 지시하지는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와 어떤 사업 거래도 하지 않았다"고 말해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진술서를 통해 주장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가 주선한 2016년 회동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며 "2016년 6월 장남이 '회동이 준비됐다'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타워 회동은 2016년 6월 9일 트럼프 주니어와 트럼프의 사위 제러드 쿠슈너, 당시 선거대책본부장 폴 매너포트가 트럼프타워 25층에서 러시아 측 인사들을 만난 사안을 말한다.



이밖에 코언은 트럼프 대통령의 아프리카계 미국인에 대한 인종차별적 발언과 지난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성추문 여성 2명에 대한 '입막음용' 돈 지급에 관여했다는 내용 등을 진술서에 담았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시카고의 가난한 동네를 지나갈 때 "오직 흑인들만 이런 식으로 살 수 있다"고 말하고, "흑인들은 너무 어리석어서 절대 나한테 투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도 주장했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코언의 진술과 관련, "위증죄 유죄를 인정한 코언이 거짓말을 퍼뜨릴 기회를 또다시 주는 것은 한심한 일"이라고 진술 신빙성을 공격했다.



한편, 공화당의 맷 개츠 의원은 코언을 겨냥해 "부인과 장인어른이 여자친구에 대해 아는가? 오늘 밤이 그 얘길 하기 적절한 때일 것"이라며 "당신이 감옥에 가도 그녀가 계속 충실할지 궁금하다. 그녀는 많은 것을 배울 것"이라고 트위터를 올렸다.

이에 민주당 소속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의원들은 소셜 미디어나 언론에 올리는 논평이 하원의 진실하고 완전한 정보를 얻는 능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경고 트위터를 올렸다.

그러자 개츠 의원은 "(펠로시) 의장, 나도 진실을 알고 싶다. 코언 같은 거짓말쟁이 증언의 맥락을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위협을 하려 한 의도는 아니다"라며 "나는 해당 트위터를 지웠다. 내 의도를 나타내는 더 나은 단어를 선택했어야 한다"고 사과했다.

noano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