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대통령 '친일청산' 발언에 일본국민 높은 관심…왜?
단어 뜻만으론 양국 언어 간 묘한 '뉘앙스' 차이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문재인 대통령이 '친일(親日) 청산'을 언급한 것을 계기로 일본에서 '친일'이란 단어가 새삼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 대통령은 지난 26일 3·1절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앞두고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친일을 청산하고 독립운동을 제대로 예우하는 것이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고 정의로운 나라로 나아가는 출발"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친일 청산'에 초점이 맞춰져 일본 주요 언론매체를 통해 즉각 소개됐다.
우익 성향 독자가 많은 산케이신문 웹사이트에선 26일 오후 4시쯤 게재된 문 대통령의 '친일 청산' 발언 기사가 27일 오후 5시까지 가장 많이 읽힌 기사 1위를 지킬 정도로 관심을 끌었다.
한국에선 '친일(親日)'하면 일제 강점기에 일제의 침략 정책을 지지하고 추종하며 반민족 행위를 했다는 부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이는 게 일반적이다.
이 때문에 한일관계가 원만했을 때조차 일본에 우호적인 인사들은 친일이란 단어를 피하고 '일본을 안다'는 의미로 '지일'(知日) 이란 말을 썼다.
그만큼 '친일'은 일제 강점 피해를 겪은 한국인에게는 역사적 경험이 녹아들어 극히 혐오스러운 대상을 뜻하는 단어가 된 것이다.
그렇다면 일본인은 이 단어를 어떻게 느낄까.
일반적으로 '신니치'(친일) 하면 친밀감(시타시미·親しみ)을 느낀다는 긍정적 의미로 받아들인다고 한다.
친한(親韓)이라고 하면 한국에 친하거나 친밀한 감정이 있다고 여기는 것과 같다는 얘기다.
친일 단어를 둘러싼 두 나라 국민 간의 인식 차는 일본 정부 대변인의 브리핑에서도 거론됐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27일 문 대통령의 '친일 청산' 언급에 대한 논평을 요구받자 "3·1 독립운동 100주년을 맞아 한국 독립운동사의 기억과 독립운동가 역할에 대해 강조하는 맥락에서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문맥에서의 친일은 전쟁(태평양전쟁) 전이나 전쟁 중 일본 당국에 협력한 관계자를 반민족주의자로 비판하는 용어"라며 "일본어로 말할 때의 친일과는 의미가 다른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에서 통하는 '친일'의 의미를 정확히 알고 있음을 강조한 셈이다.
그는 "3·1운동 100주년이 한일관계에 또 다른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신경 쓰면서 동향을 계속 주시하겠다"고 덧붙였다. (취재 보조:데라사키 유카 통신원)
park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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