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매각에 거제시민들 "혼란·우려·불안감 확산"

입력 2019-02-27 17:05
대우조선 매각에 거제시민들 "혼란·우려·불안감 확산"

"대우조선을 시민기업으로…제대로 주인 찾자" 의견도

"민주당 찍은 것 물리고 싶어"…거제시 늑장 대응 질타

27일 시청서 매각 대응 방안 마련 지역사회 간담회



(거제=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경남 거제시가 27일 대우조선해양 매각 대응 방안에 대한 다양한 시민 의견을 듣겠다며 간담회를 열었다.

대우조선해양 거제 옥포조선소에는 직영 인력만 9천700여명, 협력사 직원은 1만7천명이 넘게 일한다.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와 함께 지역 경제를 이끄는 양대 축이다.

거제시민 25만명 중 상당수가 대우조선해양 작업복을 입고 있거나 이 회사 사원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 등 직·간접적 인연을 맺고 있어 동종업계 경쟁자인 현대중공업이 지역 대표기업을 인수하는데 불안감이 매우 크다.

거제시가 참석 공문을 보낸 70여개 지역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대부분이 참석했다.

변광용 거제시장은 인사말에서 "구조조정을 극복하는 등 어려운 시기를 넘겨 이제 좀 나아지겠나 싶은 시점에 산업은행이 대우조선을 현대중공업에 매각하는 방안을 발표했다"며 "지역사회가 상당히 혼란스럽고, 우려와 불안이 확산하고 있다"고 먼저 운을 뗐다.



대우조선 노조는 간담회를 시작하자마자 거제시에 서운한 입장을 드러냈다.

신태호 대우조선 노조 수석부지회장은 "매각을 막으려고 노조원 500여명이 상경 투쟁을 하는 오늘 하필 간담회를 한다고 노조에 참석하라고 하니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같이 뭉쳐서 매각을 막아내야 하는데 (매각발표가 난지) 한 달이 지나서야 거제시가 간담회 자리를 만들었다"며 "당사자인 거제시 대응이 경남도나 창원시보다 못하다"고 질타했다.

그는 구조조정 가능성이 높은 동종업계에 대우조선해양이 매각되는 점을 거론하며 지역민 대부분이 지난해 지방선거 때 민주당을 찍은 것을 물리고 싶어 한다는 이야기까지 했다.

일부 참석자들은 매각과 관련해 거제시나 변광용 시장이 명확한 입장을 내야 한다고 요구했다.

참석자들은 산업은행이 동종업계인 현대중공업 그룹에 대우조선해양이 매각하려는 것을 대체로 반대했다.

이길종 거제경실련 집행위원은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을 인수하면 대우조선은 현대중공업 하청업체로 전락한다"며 "대우조선 노동자뿐만 아니라 25만 거제시민, 340만 경남도민 생존권이 걸린 문제로 진보도 보수도, 여야도 초월한 큰 그림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범시민대책위를 만들어 대우조선을 시민 기업으로 만드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중희 거제시비정규직근로자지원센터 사무국장은 '제대로 된 대우조선 주인 찾기 사업'을 제안했다.

그는 "현재 매각과정을 전면 중단하고 거제시와 시민, 노조가 참여하는 방향으로 매각을 하자고 국가에 요구해야 한다"며 "거제시, 시의회, 모든 사회단체가 총궐기해 매각을 막고 실사단이 들어오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참석자는 매각 자체를 전면적으로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구조조정이 우려되는 동종업계에 대우조선해양이 팔리는 것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냈다.

또 다른 참석자는 현대중공업이 조선소를 세웠다 물량 부족을 이유로 야드를 폐쇄한 전북 군산시를 거론하며 거제시도 같은 꼴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광재 거제경실련 집행위원장은 민주당 소속인 변광용 거제시장을 향해 "임명직이 아니고 시민이 뽑아준 시장이다"며 "정부와 목소리가 달라도 되니 정당을 떠나서 매각 문제를 고민해달라"고 요청했다.

한 참석자는 이번 매각을 전화위복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김영수 한국조선해양기자재연구원 경남본부장은 "조선산업을 앞으로도 다른 나라에 내주지 않으려면 '5G'로 표현되는 초고속 통신기술, 인공지능 등을 접목한 자율운항기술 등 첨단산업을 조선업에 접목해야 한다"며 "이번 매각상황이 조선업을 최첨단·친환경산업으로 재편하는 좋은 기회라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sea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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