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담판]'발전상 직접 보자'…베트남 시찰에 北고위인사 총출동
김정은 수행단, 오전 관광시설·오후 산업시설 잇달아 시찰
(하노이=연합뉴스) 특별취재단 =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수행원으로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리는 베트남 하노이를 찾은 북한 노동당과 인민군 간부들이 27일 베트남의 대표적인 산업과 관광단지를 방문하며 베트남식 경제발전 모델 학습에 나섰다.
이들은 이날 오전 하노이의 유명 관광지 할롱 베이를 둘러봤으며, 오후에는 하이퐁에 있는 자동차·휴대전화 산업단지 등을 시찰하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꿈꾸는 경제발전을 위한 밑그림 그리기에 열중했다.
특히 이번 시찰단에는 북한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오수용 당 경제담당 부위원장 겸 경제부장과 박정남 강원도 당 위원장이 있어서 눈길을 끌었다.
북한 최고 이공계 대학인 김책공업종합대학을 졸업한 오수용 부위원장은 정보기술(IT) 사업을 전담하기 위해 북한이 1999년 신설한 전자공업성을 2009년까지 10년간 이끌며 전자산업과 반도체산업 생태계를 익혔다.
2009년부터는 내각 부총리, 2010년부터는 함경북도 당 책임비서를 맡았으며 2014년에는 남측의 국회 격인 최고인민회의에서 예산위원장을 지내는 등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에서 고루 활약하며 경제관료로서 입지를 다졌다.
이런 배경을 가진 오수용 부위원장에게는 이날 베트남의 대표 관광단지와 산업단지를 돌아보며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면서 시장경제를 받아들여 경제발전에 성공한 베트남의 비결을 배워야 하는 과업이 주어진 듯 하다.
특히 북한의 최종 정책 결정권자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남을 준비하느라 짬을 낼 수 없는 만큼 그를 대신하는 '눈'과 '귀'가 되어 현지를 샅샅이 훑어보고 경제정책 구상에 몰두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정남 위원장은 2001년부터 강원도 당 비서, 2013년부터 강원도 당 책임비서, 2016년부터 강원도 당 위원장으로 활동하며 강원도를 훤히 꿰고 있는 지역 전문가다. 그는 현재 당 중앙위원이자 최고인민회의 제13기 대의원이기도 하다.
북한 입장에서 강원도는 대북제재만 해제 또는 완화된다면 관광산업의 '메카'로 키울 수 있는 지역이다. 강원도에는 이름난 관광지인 금강산이 있으며, 내년 10월 완공을 목표로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를 조성하고 있기도 하다.
강원도를 관광 사업화하는 데 큰 애착을 보여온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해 한 해 동안 원산갈마관광지구 공사현장을 세 차례나 찾았으며, 올해 신년사에서는 아무런 조건 없는 금강산관광 재개를 남측에 제안했다.
박정남 위원장을 이번 수행단에 포함한 데에는 일찍이 동남아시아의 매력적인 관광지로 자리 잡은 할롱 베이를 둘러보고, 미국으로부터 상응조치를 받아냈을 때 강원도에서 펼칠 수 있는 관광산업 아이디어를 모색하라는 의도가 깔린 듯 보인다.
군에서 대외업무를 담당하는 노광철 인민무력상이 시찰단에 함께한 점도 눈에 띈다. 김 위원장이 아버지 때와 달리 군이 당의 철저한 통제를 받아야 한다고 지시하며, 이제는 군도 경제발전에 일조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는 연장선에서 이해할 수 있다.
관록 있는 외교관 출신의 리수용 당 국제담당 부위원장은 그간 여러 국가를 돌아다니며 쌓은 연륜과 경험을 바탕으로 베트남 경제에서 북한이 배워야 할 점이 무엇인지 큰 방향성을 잡아 김정은 위원장에게 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도 김평해 인사담당 부위원장 겸 간부부(인사부)장, 리영식 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 김성남 당 국제부 제1부부장, 김용수 당 재정경리부 부부장, 현송월 당 선전선동부 부부장 등이 함께 베트남 경제시찰에 나섰다.
반면 김영철 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리용호 외무상, 김여정 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 최선희 외무성 부상 등은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막판 의제 협상 작업에 몰두하느라 동행하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 수행단, 관광산업에 관심…하롱베이 시찰 나서 / 연합뉴스 (Yonhap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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