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은지 한 통이 온정으로 돌아와'…70대 국가유공자의 기부

입력 2019-02-27 15:01
'묵은지 한 통이 온정으로 돌아와'…70대 국가유공자의 기부

월남전 참전용사 박홍립씨, 광주 우산동에 600만원 전달



(광주=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동 행정복지센터 직원이 국가유공자에게 전한 묵은지 한 통이 어려운 이웃과 온정을 나누는 기부로 돌아왔다.

27일 광주 광산구에 따르면 월남전 참전용사 박홍립(71)씨가 고엽제전우회 광산구지회 회원들과 이날 우산동 행정복지센터를 찾아 이웃돕기성금 600만원을 맡겼다.

2013년 국가유공자로 인정받은 박씨와 우산동 행정복지센터는 지난 연말 사소한 오해에서 비롯한 섭섭함으로 각별한 인연을 맺었다.

당시 지병 악화로 병원에 입원한 박씨에게 동 행정복지센터 직원이 김장김치를 나눠주겠다는 소식을 전화로 알렸다.

우산동 센터는 박씨가 병원에 입원한 사실을 알고 난 뒤 다음 기회로 미뤄야겠다며 양해를 구했다.

선물을 받았다가 빼앗긴 느낌이 든 박씨는 병원을 나선 이달 14일 우산동 센터를 찾아가 서운한 심정을 토로했다.

우산동장은 김치 전달을 미룰 수밖에 없었던 사정을 설명하며 고엽제 후유증으로 고통받는 박씨를 위로했다.

그로부터 닷새 뒤 묵은지가 가득 담긴 김치통을 손에 든 공무원 두 명이 박씨 집을 찾았다.

마음 한편에 남아있던 섭섭함이 눈 녹듯 사라졌다.

매달 국가로부터 받는 유공자 급여 일부를 저축해서 모은 4천만원을 들고 박씨는 우산동 센터를 찾았다.

어려운 이웃에게 써달라며 돈뭉치를 건넨 박씨를 공무원들이 만류했고, 발걸음은 수차례 거듭됐다.

박씨 의지가 변함없자 우산동 센터는 4천만원 중 600만원만 받기로 하고 이날 성금 전달식을 열어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박씨는 "있는 사람은 더 가지려 하고 없는 사람만 계속 어려운 세태로 가슴 아프다"며 "매달 받는 국가유공자 급여 일부라도 나누면 마음이 편할 것 같다"고 말했다.

우산동 센터는 기부금으로 쌀과 밑반찬을 마련해 홀몸 노인과 장애인 가정에 나누기로 했다.

h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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