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담판] "北, 中·베트남 경험 배우되 스스로 길 찾아야"
전문가 "북한은 체제생존이 최우선, '제2의 베트남' 안 될 것"
(베이징=연합뉴스) 김윤구 특파원 = 북한이 같은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과 베트남의 경제 발전 경험에서 배울 것은 배우면서도 이들 국가를 그대로 따라 하기보다는 스스로 길을 찾아야 한다고 중국과 베트남의 전문가들이 조언했다.
27일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베트남을 2차 북미 정상회담 장소로 정한 것은 북한이 베트남의 길을 걷기를 미국이 바라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하지만 베트남은 특히 정치 분야에서는 북한이 본받고 싶은 나라가 아니라고 정지융(鄭繼永) 푸단대 북한·한국연구센터 주임은 말했다.
그는 "경제 분야에서는 베트남이 외국 투자를 유치한 경험에서 배울 수 있겠지만 베트남의 정치 시스템은 전혀 북한의 선택지가 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뤼차오(呂超) 랴오닝성 사회과학원 연구원은 미국이 북한을 "제2의 베트남"으로 만들려고 한다면 분명 실망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에는 체제의 생존, 즉 정권의 유지가 항상 최고 우선순위에 있으며 이는 미국과 어떤 관계를 맺더라도 바뀔 수 없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베트남과 북한이 미국과 각각 전쟁했으며 강력한 공산당이 지배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차이점도 크다고 말했다.
뤼 연구원에 따르면 베트남은 전쟁으로 통일을 했지만, 북한은 그러지 못했다. 북한은 미국을 위협할 핵무기가 있지만, 베트남은 아니다. 또 북한의 권력은 고도로 집중됐지만, 베트남의 정치 제도는 분산됐다.
베트남 공산당 국제부에서 중국과 동북아를 담당했던 응우옌 빈 쾅은 북한이 베트남으로부터 "당내의 민주주의"를 배우면 당의 혁신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여건이 1980년대의 베트남보다 낫다면서 북한이 개방을 확대하기로 결정하면 발전을 위한 더 좋은 환경을 갖출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시장경제를 추진하고 고도로 집중된 통치 스타일과 (경제 분야의) 관료주의를 버린 베트남의 경험을 북한이 배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랴오닝성 사회과학원의 뤼 연구원은 베트남이 시장경제에 적응하고 북부와 남부의 차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분산된 정치 제도를 받아들 수 있었지만, 북한이 정치적 권위를 탈 집중화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응우옌 빈 쾅은 북한이 "단지 다른 나라의 모델을 따라는 것이 아니라 자체적인 조건을 바탕으로 중국과 베트남의 경험에서 선택적으로 배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뤼 연구원은 1980∼1990년대에 베트남은 미국에 관계 정상화와 무역 금지 조치를 해제해 달라고 적극적으로 요구했으며 이 때문에 미국은 베트남에 정치 분야의 조건을 밀어붙이기가 쉬웠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북한은 핵무기가 있고 미국이 북한에 핵을 버리라고 요구하고 있어 베트남과 전혀 다른 상황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북한은 개혁을 강요당해 정치적 안정이 흔들리는 일이 없이 경제를 발전시킬 독자적인 방법을 쓸 수 있다고 뤼 연구원은 말했다.
베트남 관영 언론에 따르면 북한은 이미 베트남으로부터 경제 발전의 조언을 구하기 시작했다.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는 지난해 말 리용호 북한 외무상을 만나 대외 경제 관계 확대, 투자 유치, 관광 발전 등의 경험을 북한과 공유하고 싶다고 말했다.
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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