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제약업계 '복제약 난립'에 칼 빼 들었다
여러 제약사 함께하는 공동·위탁 생동성 시험 폐지 추진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국내 제약업계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돼 온 복제약 난립을 해결하고자 칼을 빼 들었다. 여러 제약사가 함께 복제약을 개발하거나 맡기는 공동·위탁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생동성 시험) 폐지를 추진한다.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27일 오전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식품의약품안전처장·제약업계 CEO 간담회'에서 이러한 공동·위탁 생동성 시험 제도 개선안을 공개했다.
제약사가 복제약의 제조·판매를 허가받으려면 오리지널약과 동일한 약효와 안전성을 갖고 있다는 점을 입증하는 생동성 시험을 거쳐야 한다.
이때 국내에서는 공동·위탁 생동성 시험을 허용해주고 있다.
공동·위탁 생동성 시험이란 여러 제약사가 공동으로 비용을 지불해 생동성 시험을 위탁 실시하는 것으로, 참여하는 제약사 수에 제한이 없다. 또 이미 생동성을 거친 복제약을 만든 제조업소에 동일한 의약품 제조를 위탁하면 별도 자료 제출 없이도 생동성을 인정받을 수 있었다.
이미 생동성 시험을 완료한 곳에 여러 제약사가 위탁하기 시작하면, 자체 생동성 시험 없이도 무제한으로 복제약을 만들 수 있는 셈이다. 제약업계 안팎에서는 이러한 구조가 국내 복제약 난립 문제의 원인 중 하나라고 본다. 특히 지난해 발암 가능 물질이 함유돼 논란이 일었던 고혈압 원료의약품 '발사르탄'으로 만들어진 복제약이 수백개에 달했던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입장이다.
이에 식약처는 우선 공동·위탁 생동성 시험 시 원제조사 1곳에 위탁제조사 3곳으로 제한하는 '1+3' 제도를 시행한 뒤 단계적으로 폐지 수순을 밟기로 했다.
다음 달 공동·위탁 생동 품목 허가 수를 제한토록 관련 규정을 개정하는 행정예고를 하고, 의견수렴을 거쳐 상반기 중 개정하는 게 목표다. 개정된 규정은 유예기간 1년 후 시행된다.
식약처는 상반기 안에 규정 개정이 마무리될 경우 이르면 내년 7월께 공동·위탁 생동 품목 허가 제한이 시행될 것으로 예상한다.
품목 제한 후 3년 지나면 아예 공동·위탁 생동성 시험 자체를 폐지키로 했다. 이렇게 되면 1개의 복제약에 1개의 생동성 시험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정현철 의약품정책과 사무관은 "발사르탄 사건을 계기로 수백개씩 난립하는 복제약 문제가 드러나면서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이번 조치가 국내 제약사에서 개발한 복제약의 수출 경쟁력 강화, 연구개발(R&D) 중심으로의 기업 체질 변화 등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jandi@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