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배워 다시 태어날게요"…노숙인들 성프란시스대학 입학

입력 2019-02-27 11:54
수정 2019-02-27 14:32
"인문학 배워 다시 태어날게요"…노숙인들 성프란시스대학 입학

2005년 개교해 올해로 15년째…노숙인 27명 입학



(서울=연합뉴스) 성서호 기자 = "지난 세월 좌절과 실망, 분노 속에서 주사를 부리고, 타인에게 불쾌함을 줬다면 이제는 사랑을 베풀고 봉사하는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겠습니다."

거리 생활을 하던 최 모 씨는 노숙인 대학인 '성프란시스대학' 입학을 앞두고 신입생 대표로 나서서 지난날을 되돌아보며 새로운 삶의 각오를 내비쳤다.

서울시립 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는 27일 오전 서울 용산구 '문화공간 길'에서 성프란시스대학 인문학 과정 15기 입학식을 열었다.

성프란시스대학은 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가 서울시 등의 지원을 받아 2005년 개교한 우리나라 최초의 노숙인 대학으로, 올해는 최 씨를 포함해 한뎃잠을 자던 노숙인 27명이 새로 학교의 문을 두드렸다.

이번 입학생들은 향후 1년간 2학기에 걸쳐 철학과 글쓰기, 한국사, 문학, 예술사 등을 배운다.

최 씨는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행복해지도록 노력하겠다"며 "우리 신입생들은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 사랑하는 마음으로 보듬어 잘못을 반복하는 바보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 해 전 이 대학 인문학 과정을 먼저 마친 권 모 씨는 졸업생 대표로 연단에 올라 "처음 공부하는 인문학이라서 어색하고 힘들 것"이라며 "1년간 인문학을 배운다고 당장 큰 변화가 생기진 않겠지만, 분명 느끼고 얻는 게 있을 것이고, 조금이라도 변한 자신의 모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후배들을 격려했다.

성프란시스대학 총장인 김성수 주교는 "공부해서 나를 위한 삶이 아닌 내 이웃을 위한 삶을 살아야겠다는 꿈을 가지길 바란다"며 "다른 사람들을 위해 공부하면 그 공부는 반드시 성공한다"고 당부했다.

s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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