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서 아동 성 학대 유죄 추기경에 실망·분노 고조

입력 2019-02-27 11:41
호주서 아동 성 학대 유죄 추기경에 실망·분노 고조

피해자 중 1명은 약물 과용으로 5년 전 사망

(시드니=연합뉴스) 정동철 통신원 = 호주 빅토리아주 카운티 법원에 의해 1996년 성가대 아동 두 명에 대한 성 학대 혐의로 유죄 평결을 받은 조지 펠(77) 추기경에 대한 호주 국민의 실망과 분노의 목소리가 고조되는 분위기다.



27일 전국 일간지 디오스트레일리안은 펠 추기경의 유죄 평결에 대한 반응을 전했다. 성인이 된 피해 아동 중 한 명은 "수치심과 우울증으로 고통받았다"면서 "우리는 두려워 했어야 할 사람을 (잘못) 믿었고 믿었어야 할 사람을 (잘못) 두려워했다"고 심경을 밝혔다.

스콧 모리슨 연방 총리는 "유죄로 인정된 조지 펠의 범죄 행위에 대해 충격을 금할 수 없다"면서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다는 사실이 확증됐다"고 평가했다.

피터 코멘솔리 멜버른 대주교는 "사법절차를 존중한다"면서 "멜버른 교구 내에서 성직자를 포함, 누구에 의해서든 성 학대 피해를 받은 희생자들과 가족을 위해 기도한다"고 밝혔다.

펠 추기경의 모교인 성 패트릭 고등학교는 그를 명예록에서 빼고 그의 이름을 따라 지은 건물명도 변경하기로 결정했다. 존 크로울리 교장은 공영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1천500명이 넘는 어린 학생들의 교육을 위해 급히 조처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드디어 정의의 날이 왔다", "사회가 아이들의 말을 들어주기 시작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펠 추기경에 대한 아동 성추행 의혹은 2002년부터 제기되었으며 2017년 6월 기소되어 작년 말 유죄 평결이 내려졌다.

26일 공개된 배심원 평결에 의하면, 펠 추기경은 1996년 멜버른 대주교로 임명되기 몇 달 전 성 패트릭 성당에서 10대 성가대 소년 2명을 대상으로 성기 삽입과 수음 행위를 포함 5건의 성 학대 혐의에 대해 유죄가 인정됐다.

나머지 피해자 한명은 5년 전 약물 과용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펠 추기경 측은 유죄로 인정된 혐의 모두를 부인하고 있으며, 재심을 청구한 상태이다.

dc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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