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딛고 일어서는 소녀 료칸 사장…'옷코는 초등학생 사장님!'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27일 개봉한 일본 애니메이션 '옷코는 초등학생 사장님!'은 감당하기 힘든 아픔을 겪은 소녀가 어느 날 료칸(旅館·일본 전통 숙박시설)을 맡아 운영하게 되면서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다. 제목에서 주는 느낌만큼 코믹하기만 한 내용을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초등학생 옷코는 사고로 부모를 잃고 외할머니가 운영하는 '봄의 집' 료칸에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한다. '봄의 집'에 도착한 옷코의 눈앞에는 '우리보'라는 유령이 등장한다. 이 유령의 부탁을 받아 옷코는 얼떨결에 할머니를 도와 료칸을 경영하는 '작은 사장님'이 된다.
초등학생에게는 힘든 료칸 일부터 새로운 학교까지 옷코에겐 낯선 생활이지만 유령 우리보와 미요, 꼬마 도깨비 종돌이의 도움을 받아 옷코는 차근차근 적응해나간다.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여관 후계자 마츠키와는 경쟁 상대가 된다. 이런 일련의 과정과 저마다의 사연을 지닌 '봄의 집' 손님들을 대하며 옷코는 성장해간다.
초등학생이 주인공이지만 상처를 입은 소녀가 료칸과 그곳에서 만나는 손님들과 상호작용을 통해 성장해 나간다는 내용은 어른을 위한 동화로도 손색이 없다.
옷코 눈에만 보이던 유령들이 옷코가 부쩍 성장하면서 더는 눈에 보이지 않게 되는데, 이는 아팠던 과거와 작별하고 어른으로 커 가고 있음을 드러낸다.
다만 개인적 원한이 있는 사람까지도 정성을 다해 접객하려고 하는 일본식 직업 정신은 국내 정서와는 괴리감이 느껴진다. 종이 잉어가 휘날리며 장관을 이루는 고이노보리, 신과 사람을 연결한다는 가구라 춤 등 낯선 일본 문화가 비중 있게 다뤄지기도 한다.
어린 소녀가 감당하기 힘든 비극으로부터 비교적 빨리 빠져나온다는 점도 비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원령 공주',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하울의 움직이는 성' 등 지브리에서 작화를 담당했던 고사카 기타로 감독이 연출했다.
그는 최근 국내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신의학자 빅터 프랭클이 제시한 3가지의 인간 가치인 '창조, 경험, 태도'에 대해 언급하며 "옷코가 손님들을 위해 음식을 만드는 등 '창조'를 하고, 그동안 해보지 않았던 여관 일을 통해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자신의 큰 상처가 있음에도 흔들리지 않는 '태도'를 지키는 모습이 담겨있다"며 "관객들도 영화를 보면서 인간의 가치에 대해 공감하고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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