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담판] 한반도 '미답의 영역' 영변폐기·종전선언 합의할까

입력 2019-02-27 05:00
수정 2019-02-27 09:50
[하노이 담판] 한반도 '미답의 영역' 영변폐기·종전선언 합의할까

金-트럼프, 비핵화-평화체제-북미정상화 '최적의 조합' 찾을지 관심

핵동결·영변 폐기-종전선언·연락사무소·제재완화 놓고 막판까지 '밀당'



(하노이=연합뉴스) 특별취재단 = 2차 핵 담판의 여명이 밝았다.

한반도의 미래에 중대한 전환점이 될 수 있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차 북미정상회담이 27일 시작된다.

지난해 6월 12일 싱가포르로 향했던 전 세계의 시선은 8개월여 만에 이제 베트남 하노이를 주시하고 있다.

전날 아침과 밤 나란히 하노이에 입성한 양 정상은 이날 저녁 하노이 모처에서 마주해 '재회'의 인사를 겸한 환담을 나눈 뒤 만찬을 갖는다.

환영 행사와 저녁 식사로 1박 2일간 이어지는 2차 북미정상회담의 본격적인 일정이 시작되는 것이다.

양 정상이 2차 정상회담에서 어떤 합의를 이루느냐에 따라 비핵화의 속도에 탄력이 붙고 화해·평화의 분위기가 뿌리내릴지, 아니면 또다시 북미 간 지루한 교착상태가 이어질지 판가름 날 전망이다.

지난해 1차 정상회담은 사상 첫 북미 정상 간 만남으로, 70년 가까운 적대관계 청산의 시동을 걸었다는 중대한 역사적 의미가 있었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비핵화 조치에 있어서는 구체성이 부족해 이후 세부 이행에는 어려움을 겪은 것도 사실이다.

이에 따라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두번째 회담에서 1차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완전한 비핵화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등을 구체화해 '하노이 선언'에 담아낼 전망이다.

이번 정상회담의 결과는 수십개로 추정되는 핵무기와 단·중·장거리 운반수단(탄도미사일)까지 구비한 북한을 전면적 비핵화의 길로 유도할 수 있을지 여부에 중대한 판단 근거가 될 전망이다.

30년 가까이 악화의 길을 내달려온 북핵 문제를 해결 방향으로 역진시킬지, 아니면 현재 핵역량의 추가악화를 막는 선에서 타협하게 될지에 대한 전망이 이번 정상회담 결과를 보면 어렴풋이나마 가능해질 것으로 보는 이들도 있다. 후자일 경우 북한의 '핵보유 기정사실화'에 대한 우려는 급격히 높아질 수 있어 보인다.

결국 관건은 무엇을 주고 받느냐다.

양측은 1차 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비핵화 조치로 모든 핵·미사일 프로그램 동결과 검증, 영변 핵시설 폐기, 완전한 핵폐기를 위한 로드맵 등을, 미국의 상응조치로 종전선언(평화선언), 평화체제 구축 논의 개시, 연락사무소 개설, 제재 완화 등을 카드로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고 치열한 '밀당'을 벌여왔다.

그 과정에서 양측은 난제였던 '포괄적 북핵 신고'를 향후 과제로 미뤘으며 북한이 요구한 단계적 접근 방식에 미측도 사실상 동의하면서 '하노이 선언'으로 나아갈 토대를 일궈냈다.

일단 북한의 비핵화 조치는 핵시설 동결에서 폐기에 이르는 '깊이'와 영변부터 모든 WMD(대량살상무기, 핵무기와 생·화학무기 등)·미사일 프로그램을 포함하는 '넓이' 기준 가운데 무엇에 집중할 지가 관건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측의 상응 조치는 대북 인도주의적 지원이나 연락사무소 개설 수준에 머물지, 아니면 종전선언(평화선언)과 함께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남북 철도·도로 연결 등 남북 경협에 대한 적극적인 허용이나 대북 제재체제의 부분적 변화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일단 지금으로서는 상응조치 가운데 종전선언과 연락사무소 개설이 가능한 것으로 외교가에서 거론되고 있으며, 비핵화 조치 가운데에서는 '모든 WMD와 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동결'이 최근 미국 쪽에서 메시지가 발신되고 있는 부분이다.

이 정도 합의도 일정 수준의 성과는 될 수 있겠으나, 무엇보다 비핵화 합의가 '동결' 수준에 그친다면 과거 북핵 협상의 성과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비판과 함께 실질적으로 북핵 문제의 장기화로 귀결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미국은 여기에 더해 핵시설 폐기까지는 받아내려 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북미가 모든 핵무기와 핵물질의 폐기를 포함하는 '완전한 비핵화'의 정의에 합의하고 그것을 합의문에 명기할지도 관건이다.

여기에 맞서 북한은 제재 완화를 얻어내는데 남은 시간 외교력을 집중할 전망이다.

제재 완화 카드를 미국이 뽑을 경우, 북한도 검증을 동반한 영변 핵시설의 폐기와 함께, 이후의 비핵화 조치에 대한 '포괄적 약속' 등에 응할 가능성도 없지 않아 보인다.

만약 영변 핵시설 폐기 일정표를 도출하는 동시에 핵무기·물질 등의 검증가능한 폐기와 평화협정, 북미수교 등을 '최종 목적지'로 합의문에 명기할 수 있다면 이번 정상회담은 성공으로 평가될 전망이다.

북미는 합의문 발표 직전까지 치열한 협상을 계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1일부터 하노이 현지에서 닷새간 펼쳐진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와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의 '의제' 관련 실무협상이 일단락된 분위기 속에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고위급 라인'이 가동될 수도 있다.

결국은 두 정상의 최종 결단에 합의문이 좌우될 것으로 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핵'과 '평화'의 무게와 그에 따른 핵협상의 근원적 복잡성과 함께, 이번 북미협상이 '톱다운'(정상간에 큰 틀에서 합의한 뒤 아래로 세부 협상을 넘기는 방식) 방식으로 추동되어온 측면을 고려하면, 결국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 회담에서 '하노이 선언'의 핵심 내용이 결정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더구나 이번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이 1박 2일에 걸쳐 5차례 이상 직접 만날 것으로 예상되는 등 함께하는 일정이 많아 정상 간 담판 과정에서 논의에 상당한 진척이 이뤄질 수 있다.

특히, 양 정상이 이번 회담 첫 일정으로 갖는 27일의 첫 만찬은 김영철 부위원장 및 폼페이오 장관 등 소수만 배석해 이뤄질 예정이어서 허심탄회한 분위기 속에서 한층 높은 수준의 합의문 도출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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